이란을 울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윤빛가람(8번)이 사이드라인으로 달려가 스승 조광래 감독을 끌어안고 있다.
윤빛가람(20·경남)이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으로 가는 가장 큰 고비에서 ‘조광래호 황태자’의 진가를 입증했다.
22일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테디엄에서 열린 이란과 대회 8강전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윤빛가람은 0-0이던 연장 전반 15분 회심의 왼발 슛으로 승부를 갈랐다.
조광래 감독의 첫 번째 교체카드로 후반 37분에 구자철 대신 필드에 나선 윤빛가람은 지친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했지만 당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후반 44분에는 골문 앞에서 공을 잡고도 망설이다 슛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연장전 전반이 끝나기 직전에 다시 온 찬스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 코너의 바깥쪽에서 패스를 받은 윤빛가람은 수비진 2명이 따라붙자 정면을 향해 살짝 끌고 가다 그대로 기습적으로 왼발 슛을 때렸다.
패스를 예상했던 이란 수비수들은 윤빛가람의 기습 한 방에 꼼짝없이 당했다. 이란 골키퍼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가 없었고, 공은 그대로 골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여러 번 기회를 놓친 한국의 답답함을 한 번에 털어낸 한 방이었다.
이날 경기의 최고 수훈선수가 된 윤빛가람은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며 ‘조광래호 황태자’ 계보의 적통임을 과시한 셈이다.
윤빛가람은 2007년 한국이 개최한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뛴 유망주였지만 대학(중앙대) 시절 부상으로 오랜 기간 그라운드를 떠나는 등 시련을 겪다 2009년 말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시 경남 사령탑인 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조 감독의 혹독한 조련으로 축구에 새롭게 눈뜬 윤빛가람은 지난 시즌 K리그 정규리그 24경기에서만 6골, 5도움으로 맹활약하며 경쟁자 지동원(19·전남)을 제치고 신인왕에 올랐다. 조광래 감독이 직접 뽑아 키운 ‘작품’이 바로 윤빛가람이다.
조 감독은 지난해 8월 한국대표팀 감독 데뷔전인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 과감히 윤빛가람을 발탁했고, 그는 선제골로 2-1 승리를 견인하며 ‘조광래호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이란 징크스’를 깨내는 데에 앞장서며 다시 한 번 조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경남 시절 그에게 엄하기로 유명했던 조 감독은 “사실 오늘 윤빛가람을 기용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큰일을 해냈다”며 한층 더 성장한 제자의 모습에 흡족해했다. 골을 넣고 바로 조광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긴 윤빛가람은 “감독님이 그동안 채찍질을 많이 해줘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나를 분발하게 하려고 그러신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감정이 포옹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 걸려라’하는 심정으로 때렸다”는 윤빛가람은 일본과 4강 대결에 대해 “지난해 A매치에서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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