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보스턴 위에 붙어 있고 주민 대다수가 유대인으로 전 미국 최고의 공립고교인 브룩라인 하이스쿨(Brookline HS)이다.
보스턴 북쪽 앤도버 타운에는 케네디가 자녀들이 다녔고 지금도 미국 명문 집안 자제들만 다니는 필립스 아카데미란 사립고교가 있다. 이 학교가 당시 하버드에 입학하는 총학생수가 20명, 브룩라인 고교는 내 졸업연도에 총 25명을 입학 시켰다. 그래서 학교내 탑 30 % 순위에 들면 아이비 리그나 그에 준하는 대학을 쉽게 들어 갈 수 있었다. 누이 집에서 5 블럭 거리 케네디 대통령이 태어난 집이 있는 (사적지 지정) 교육환경이야 말로 환상적이었다. 이민 3일째부터 학교등록을 하고 다니는데 처음 미 고등학교를 접한 내눈에는 그 최고 학교가 난장판처럼 보였다. 내 상식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곤 하는데 어떻게 적응을 해야 되는지 전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우선 학교 내서 남녀 껴안고 키스는 다반사요, 긴 머리에 다 떨어진 청바지를 흙바닥에 끌며오디오를 빵빵 틀고 다니는데 여기가 학교인지 디스코장 인지, 난생 처음 황당한 일들이 보이는지라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당황 했었다. 그 속에 놀라웠던 것은 이런 학생들도 클래스에 가면 많은 학생들이 경이롭게도 Honor or AP course 를 택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초창기생활 중 중국학생과 큰 싸움이 있었다. 이민 오기 전 한국서 태권도, 유도, 복싱같은 격투기를 배울 때 고등학생 신분으로 구두딱기나 다소 불량기 있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보내서 그런지 당시 나는 싸움에 상당히 호전적으로 변해있었다.
학교 등록 얼마후 그 좋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기다리는데 중국학생 몇 명이 내 얼굴을 보고 내 앞을 새치기 하는 일이 발생 했다. 이민 간다고 공부 안하고 불량한 생활을 한 경험과 이민을 가면 한국인의 자존심을 걸고 결코 타 민족에게 꿀리는 일을 당하지 않겠다고 항시 마음을 먹고 있던 차라(이런것도 나는 애국심이라 생각했었다.) 이건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물론 중국학생들이 나를 업신여겨 그랬는지 아니면 자기네끼리 웃다가 그랬는지, 나 자신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급기야 안되는 영어로 그들을 불러세웠다.지금도 그렇지만 중국인은 어딜 가나 인구가 많아 항상 몰려서 다녔는데 보스턴 차이나 타운 역시 미국 내에서 세번째로 큰 차이나 타운이었고 내가 다닌 고등학교도 그곳과 가까이 있어 많은 수의 중국학생들이 있었다.그 중 간혹 갱들이 섞여있어 학생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일단 중국학생들을 세웠으나 대화는 안 되고 중국학생들이 비웃자 그 어린 자존심이 쉽게 폭발해 나는 의자를 집어 중국 학생의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쓸데없는 자격지심이 큰 일을 만들게 되었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이런 물건을 가지고 사람을 치면 거의 살인의도죄 같은 죄목으로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많은데, 일단 사건이 벌어지니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중국학생과 그 친구들, 그리고 나 그 주위로 많은 학생들이 더 큰일이 벌어지라고 기대 하며 주위를 크게 둘러쌓았다. 그러나 잠깐 침묵이 흐른 뒤 어찌된 일인지, 아니면 내 눈에 핏발이 더 섰던지 그 맞은 중국학생과 무리 모두 말없이 물러갔다. 잔뜩 큰싸움을 기대했던 대중은 싱겁게 끝나니 다 흩어지게 되었고 현장에 교사들이 없어서 내가 퇴학을 당하고 경찰에 끌려가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 이민 생활의 터프함을 알리는 징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
고등학교 시절 사커필드에서 친구들과 함께. 왼쪽 첫번째가 손병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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