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전쟁터로 떠나는 남자에게 사랑의 펜던트를 선물했지만, 남자는 전쟁터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어느날, 영화처럼 이 펜던트가 다시 여자의 손에 돌아왔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지나, 40년의 세월을 건너.
AFP통신 사무직원이었던 세실 슈로우벤(당시 21세)과 AP통신 사진기자였던 헨리 휴잇(당시 41세)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68년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은 20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사랑을 키워갔다.
그러나 베트남전 종군기자로 활동하다 부상을 입고 귀국했던 휴잇은 그해 말 다시 베트남으로 파견됐고, 세실은 떠나는 휴잇에게 자신의 이름과 생일이 새겨진 성모 마리아 펜던트를 선물했다.
이들의 사랑은 휴잇이 베트남으로 떠난 뒤에도 계속됐고, 둘은 3년간 약 수백통의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1971년, 미국 취재진을 태운 베트남 군용 헬리콥터 한 대가 베트남과 라오스 국경 인근에서 총격을 받고 추락했다.
라이프 매거진, 뉴스위크, UPI 사진기자와 함께 이 헬기에 탑승했던 휴잇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고, 휴잇의 카메라 장비와 세실이 선물한 펜던트도 20여년 간 라오스 땅 어딘가에 묻히게 됐다.
미국은 1990년대 들어 공산국가인 라오스와 수교를 맺었고, 미군과 AP통신 관계자들은 1998년 헬기 추락 현장에서 헬기 잔해와 사진기자들의 유품을 회수했다.
하지만 세실의 이름만 적혀 있었던 펜던트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미군 보관고에서 잠자고 있었다.
다시 10여년이 흘러 2006년, 휴잇의 유품 회수 작업에 참가했던 AP통신 기자들은 한 프랑스 작가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 작가는 휴잇의 먼 친척으로, AP통신 기자들과 함께 휴잇에 대한 책을 출판한 적이 있었다.
휴잇이 세실에게 쓴 연애편지 400통을 우연히 발견한 한 남성이 이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편지를 통해 세실이 벨기에의 한 소도시 태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작가가 전화번호부를 직접 뒤져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한 끝에 세실을 찾아냈다.
스물한 살 아가씨가 전쟁터로 떠나는 남자친구에게 준 펜던트는 결국 43년 만에, 5살배기 손녀딸을 둔 할머니의 손으로 돌아왔다.
휴잇에게 처음 선물받은 은목걸이를 걸고 나온 세실은 AP통신 관계자들에게 비닐봉투에 담긴 펜던트를 받으며 말했다.
"이 조그만 펜던트 속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이 작은 게 참으로 긴 여행을 마쳤습니다"
(파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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