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곳인데 사방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단체들이 두 쪽 나면서 내는 여음이다. 전에도 일부 단체들이 회원 간에 불화하고 대립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아예 쪼개져버린 일은 없었다.
한인회를 비롯해서 동포재단, 체육회 그리고 역사도 있고 꽤 알려진 몇몇 협회와 이름도 거창한 재단들은 물론 문학을 한다는 시인협회와 일부 대형 교회까지 끼어들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한인단체와 기관, 협회와 모임들이 서로 갈라지는 것은 곧 미주 동포들이 분열되고 있다는 말이다. 한인사회의 힘이 약화되고 재미동포의 위상이 손상되는 시쳇말로 쪽 팔리는 형국이 되어간다는 뜻일 것이다.
나라가 남북으로 양분되고 그 속에서 다시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 동과 서, 여와 야가 망국적인 소모전을 벌이는 작태도 가슴 아픈데 외국에 나와서까지 반목과 분열을 일삼는 자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권익신장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다.
오래 전에 한인회 이사로 참여한 일이 있다. 그런데 어디서 불러다 모아놓았는지 아무리 살펴봐도 너무 함량 미달되는 인사들이 많았다. 기본 소양도 지식도 경륜도 얕다보니 회의를 해도 도대체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제때에 이사 회비를 낸 사람은 몇 명되지 않았고 회의 참석은 제 마음대로였으며 말투나 행동은 저속하기 짝이 없었다. 기껏 의논한다는 것이 골프대회 개최라든가 한국에서 오는 높은 사람과의 만남 또는 이런저런 행사에 얼굴 내미는 일정 맞추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듯 힘들이지 않고 행세하며 대접 받는 일 때문에 모처럼 쥐게 된 감투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지? 백수건달에게는 그런 자리야말로 신분상승과 소일거리의 일거양득이 되었을 것이다.
밝고 건강한 한인사회는 큼직한 명함 들고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양 거들먹거리는 정치꾼들이 사라질 때 저절로 조성될 것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동포 참정권이 주어지고 특히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 하니 평소 보고 듣지 못한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와 이상한 이름의 단체들을 급조하고 있다. 그 단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머지않아 파열음을 낼 공산이 십중팔구가 될 것이다. 그런 단체야 말로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정치꾼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의 크고 작든 또는 오래 됐거나 새로 생긴 단체든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대부분 정치꾼들 때문이다. 본연의 목적과 사업을 추구하기보다는 패거리를 만들어서 그 단체나 기관을 계속 지배하려는 정치판에서나 있을 그런 농간 때문이다. 단체를 그런 자들에게 맡기면 그 모임은 이미 본래의 정체성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구성원 또한 정치꾼의 예속 하에 놓이게 되고 회원이나 단체 공히 질적 저하를 면할 수 없게 된다.
한인사회가 성숙하려면 모든 단체들이 고루 발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각 단체 스스로가 그런 정치꾼들을 솎아내는 자정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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