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정부 시위사태의 여파가 아라비아 반도의 산유부국에까지 미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선심성 유화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 23일, 석 달 간의 신병 치료를 마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의 귀국에 맞춰 각종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주택 건설, 결혼자금 지원, 창업 지원 등 국가 개발기금에 400억리얄(약 11조원)의 기금을 편성하고, 공무원 급료를 15%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통 큰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사회 개혁 조치가 수반되지 않자 오는 11일 사우디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는 주장이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 활성화와 복지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작 개혁을 촉구하는 세력은 민주화를 향한 개혁이 함께 이행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의 학자, 인권운동가, 기업인 등 123명은 지난 27일 탄원서를 통해 의회 의원 선출을 위한 직접선거 도입, 여권 신장, 입헌군주제 도입 등을 촉구한 바 있다.
10%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사우디 국민의 불만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일자리가 없는 사우디 국민은 약 50만명이나 되지만 사우디 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900만명이나 돼 실업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또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1996년 당시 외교전문에 따르면 국왕의 어린 손자조차도 월 2만7천달러(약 3천만원)를 지급받는 상황인데 일자리조차 없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만에서는 지난 26일 개각이 단행되고, 일자리 5만개 창출과 구직자에게 매달 390달러(약 4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시위는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의 즉위 40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리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오만은 비록 원유 매장량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에 비해 떨어지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만달러를 웃돌며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16%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41년째 이어지고 있는 카부스 국왕 중심의 권력 독점구도는 중동.아프리카 시위사태가 오만에까지 상륙하게 한 여러 요인 중 하나다.
28일 소하르 시위현장에서 시위대가 "우리는 모든 국민에게 석유의 부(富)가 공평하게 분배되길 원한다. 아울러 외국인 노동자 규모가 줄어 더 많은 일자리가 오만인들에게 돌아가길 원한다"고 외친 것은 오만인들의 현재 불만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바레인 정부도 재정적인 지원책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수도 마나마 시위 전폭 허용, 정치범 석방, 일부 장관 해임 등 각종 유화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시아파는 그러나 수니파 알-칼리파 가문이 200년 가까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명(외국인 노동자 포함한 인구는 130만명)의 70%가 시아파지만 수니파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시아파의 소외감이 큰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아라비아 반도의 산유부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위가 왕정 교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진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의 정치개혁과 시민들의 권리 증진 등 민주화 조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 더럼대 중동정치학과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 교수는 최근 포린 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왕정국가들은 막대한 오일머니로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대신 정치참여를 막는 방법으로 중동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