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스 서점이 인터넷 물결에 밀려 파산한데 이어, 애플에서는 ‘아이패드 2’가 나왔다. 요즈음엔 반스 앤 노블 서점에 가도 손님들이 붐비지 않는다. 아침마다 커피 한 잔과 더불어 세상을 읽는 신문에도 인터넷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책과 함께 도도하게 이어온 역사가 인터넷 혁명에 휩쓸려 두뇌 속에 입력해 온 가치와 의미의 주춧돌이 흔들리고 있다.
홀마크 카드사가 다른 카드사보다 먼저 컴퓨터를 도입해서 미국의 시장점유율 42%까지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인터넷(e메일) 때문에 고전하며 매년 3억달러의 손실을 본다고 했다. 그 와중에 내가 33년 동안 경영하던 홀마크 상점도 문을 닫게 되었다.
계산기를 쓰기 전에는 암산이 잘 되었으나, 이젠 암산 대신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E-북에 3,500권의 책을 담을 수 있고, 위키피디아는 브리타니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무엇이든지 빠르고 간단하고 편리한 것이 우세해서, 집중력이 분산되고 사색하는 뇌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기억력과 감정의 깊이나 자유로운 영감이 기계에 저당 잡혀지고 있다.
독일의 신학자 아켐피스의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는 사색과 침묵의 독서생활이, 현대문명의 회오리바람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만 권의 책을 읽으면 성인이 된다는 채근담의 성어는 그저 책 속의 문장으로 남게 되었다. 오랜 세월 ‘현대문학’이나 ‘타임’지를 빼놓지 않고 모은다거나, 신문 스크랩과 철학사상을 마음에 저축해 왔던 모더니즘 매니아들,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구세대는 시대의 밀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썰물에 휩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햄버거와 콜라로 한 끼를 때운다. 참 쉽고 간단하다. 쉽게 얻은 지식은 순간의 허기는 달래주겠지만, 어느 때가 되면 우리의 전통적 음식인 밥과 국과 김치가 그리워진다. 그리고 전통요리가 곧 우리의 익숙한 삶의 리듬이며 과정임을 알게 된다.
니체는 “글로 쓰인 모든 것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피로써 쓴 글이다”고 했다. 글로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는 일은 자신의 정신을 짜듯 힘들고 괴로운 도정이며 영혼이 깃든 과정이다. 책은 진리와 지식의 심연을 자맥질해서 순연한 내 것으로 거둬 올리게 해주며 시간과 무한을 해부해서 내 존재의 정의를 밝혀주어 궁극의 실체를 찾게 해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수한 언어와 감성으로 쓰여진 책들로 가득 찬 도서관이다. 그 도서관을 천천히 지나며 아름다운 자연과 생활의 미를 산책할 수 있다.
인터넷 서핑으로 우리는 겉모습의 화면만 보고 대충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이면의 고뇌와 사랑과 신비한 생명은 얻기 어렵다. 정신세계의 공명은 오랜 세월 파도에 부딪히며 찾아지는 성역이다.
순간에 세상을 켜고 순간에 끄는 인터넷은 우리의 일상을 참으로 편리한 세계로 이끌지만 책을 등한시하는 삶은 절반의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광속으로 변하는 21세기의 하루인 오늘도, 누군가는 영감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사색하며 책을 구해 독서에 몰두할 것이다. 별이 빛나는 밤이다.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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