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가 달라졌다. 최근 새로 출범한 워싱턴 지역 한인회들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한인사회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놓고 있다. 주류사회와는 더 가까워지고 동포사회 권익을 위한 사업 열정도 뜨겁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한인회에 몸담기를 주저하던 엘리트들도 참여를 마다않고 있다.
가까워진 주류사회.늘어난 권익사업...1.5세 임원진출도
가장 극명한 변화는 워싱턴한인연합회에 찾아왔다. 그동안 동포들로부터 외면 받던 한인연합회에는 대대적인 혁신의 바람이 불었다. 최정범 회장은 취임 후 한인회관 리모델링부터 착수했다.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고 사진과 자료 등은 디지털화해 사무실 공간이 크게 넓어지고 밝아졌다. 1만여 달러의 공사비는 최 회장이 사비로 충당했다.
사상 처음으로 1.5세 회장시대를 맞으며 임원진에도 1.5세가 대거 진출했다. 부회장단에 데이빗 한(한스관광 대표), 곽태우 변호사가 참여했으며 2세로 보스턴 시의원을 지낸 샘윤 씨도 이름을 올렸다.
이사장에는 치과의인 이정환 전 한미장학재단 동부회장이 참여하고 있다. 임원중에도 1.5세가 많아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게 더 편할 것이란 농담이 나올 정도다.
대외활동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제리 코널리 연방 하원의원, 쉐런 불로바 훼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회 의장, 덕 갠슬러 메릴랜드주 법무장관 등 주류 정치인들을 잇달아 만나 동포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드림법안 캠페인, 2세들을 위한 인턴십 페어, 2세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한인연합회가 전면 쇄신을 꾀하면서 첫 단체장회의에는 26개 단체 대표들이 참가했고 3.1절 기념식에도 54개 동포 단체들이 참여하며 워싱턴한인사회에서의 리더십을 되찾아 가고 있다.
버지니아한인회와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도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홍일송 회장은 한인회 명칭부터 바꿨다.
북버지니아 한인회에서 버지니아한인회로 개칭하며 대외적 위상을 높였다. 첫 사업으로는 무료 독감예방 접종을 실시해 동포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고 미 주류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대로 버지니아 주 의회가 마련한 아태계 정책 토론회 및 브리핑에 참석하는가 하면 이달 말에는 처음으로 버지니아 주 상하원의원들을 초청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6월에는 한국전 참전 미군용사 및 가족 1,000명을 초청한 행사도 계획 중이다.
임원진에도 마이클 권 수석부회장, 스티브 리 이사장 같은 1.5세가 대거 참여하고 성연찬 앤티비 대표 등 새로운 얼굴들도 속속 임원진으로 가세했다.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는 보금자리 마련부터 서둘렀다. 서재홍 회장은 올해 취임 후 락빌의 몽고메리 한인침례교회 내에 사무실을 처음으로 마련하며 안정적인 한인회 운영을 위한 주춧돌을 놓았다. 이 한인회는 또 공약사업인 평생기술학교도 이 교회 내에 설립, 운영진 선임을 마치는 한편 14일부터 개강할 예정이다.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에서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한인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동포사회에서 한인회를 보는 눈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스프링필드 거주 A씨는 “한인회하면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자리싸움이나 하고 뒤에서 남들 욕이나 하는 걸로 비쳐져 쳐다보기도 싫었다.”면서 “한인회들이 이제야 제대로 역할을 찾아가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흥택 전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한인회들이 긍정적으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면서 “다만 주류사회와의 관계 설정과 동포 권익사업에서 보다 정밀한 계획과 프로그램을 갖고 추진하는 한편 한인회간 상호 경쟁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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