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허영심으로 무너진다. 리더는 특히 그렇다. 무너진 독재자들을 보라. 멈추지 않은 허영심이 그들 안에 있었다.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꿈꾸다가 무너졌고, 일본은 대동아 패권을 노리다가 자멸했다.
인간의 허영심(vanity)의 생리와 그 위험성을 가장 예리하게 지적한 사람은 팡세의 저자 블레즈 파스칼이다. 비슷한 시기에 명성을 얻었던 철학자 몽테뉴나 데카르트가 인간이 가진 이성의 힘을 높이 찬양하고 있을 때, 파스칼은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허영심의 어두운 그림자를 꿰뚫어 비판했다. 팡세의 1장은 인간론이다. 인간론의 첫 주제를 “허영심”으로 삼은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인간의 허영심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팡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허영심은 사람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내린 것이어서 군인도 하인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며 찬양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도 이들을 원한다. 이것을 반박하는 글을 쓰는 사람도 훌륭히 썼다는 영예를 얻고 싶어 한다. 이것을 읽는 사람은 읽었다는 영예를 얻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그런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파스칼이 지적한 대로 허영심이 날뛰는 곳에는 언제나 직함과 직책의 영예가 화려하게 난무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업가는 소규모 점포 주인인데 명암에는 “OO기업 회장”이라고 황금
색으로 박혀있다. 행사의 조직만 해도 그렇다. 회장 한 사람이면 됐지 않은가.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이것에 죽어도 만족 못한다. 회장 위에 자문위원이 있고, 그 위에 또 고문이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 그것도 부족하여 공동회장이 줄 지어 있다. 총무도 한 사람이면 외로울 까봐 여러 명의 부총무와 협동 총무가 함께 서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준비위원, 실행위원이 있다. 길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어떤 목사의 명암을 받아 들고 기절 할 뻔 했다. 직함과 직위의 숫자가 20개도 넘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명예박사 학위도 3개나 되었고, 무슨 선교회 회장 명칭도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한국에는 담임목사 하나의 이름으로 만족할 수 없는 목회자가 이렇게도 많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요즘 외국 여행길에 명예박사 학위를 취득한 목사가 그렇게 많다고 한다. 노회장, 총회장을 비롯하여 초교파 단체장 선거에 수억의 돈이 살포된다고 한다. 돈을 쓰지 않으면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허영심의 뿌리는 인정과 외로움을 보상받으려는 욕구다. 인류 최초의 다툼은 인정받고픈 욕구에서 나왔다. 하나님께 인정받지 못한 가인은 분을 이기지 못해 동생 아벨을 돌로 쳐 죽였다. 그 후로 세상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허영심을 이용하여 화려한 상술을 개발했다.
요즘은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가상공간의 무대로 외로운 현대인들을 끌어 들여 허영의 충족과 함께 좌절의 아픔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는 SNA에 들어가 보면 거기서 만난 가상의 동료들에게서 관심과 인정을 얻으려는 노력이 치열하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얻은 인정과 보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 체험한 것은 가상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가상 체험이 아니다. 실제 체험이다. 세상이 무서워 가상 세계로 피신하는 비겁한 삶이 아니라, 험한 파도와 맞서 현실을 돌파하는 야성과 용기 있는 믿음이 필요하다.
험한 바다위에 떠 있는 선박을 보라. 그 중심에는 밸러스트(ballast)가 있어서 어떤 파도에도 요동하지 않고 앞을 헤쳐 나간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심연 깊은 곳에는 세상의 화려한 허영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굳게 잡아나가는 믿음, 꿈, 정체성, 자존감의 영적 밸러스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리더라면 잊지 말라. 겉만 화려한 허영심을 과감하게 던져 버리고 현실 세계의 타자와 직면하여 맞서 나간 모세, 느헤미야, 바울과 같은 영적 야성(野性)의 사람이 되라.
온누리 순복음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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