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큰 지진을 만났다. 정말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큰 배들과 심지어 기차도 광대한 쓰나미에 성냥곽처럼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남의 일만도 아니다. 지구 어느 곳에서 언제 터질지 몰라 누구나 공포에 떨게 된다. 특히 우리의 제2의 고향 남가주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지진 참화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한일 간에 정치적 지진 하나가 있었다. 지난 삼일절 직전에 일본의 도이 류이치(土肥隆一 ) 중의원 의원이 ‘일본은 독도영유권 주장을 중지해야 한다’는 한일의원 공동성명문에 서명했다. 이에 일본 열도는 배신감에 부글부글 끓었고 급기야 그는 해명과 사과를 했다. 문맥을 충분히 살피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독도는 여전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의견을 고쳤다. 당직도 사임했다.
이런 소식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것이 과연 7선 경력에 걸맞은 행동일까? 70대의 신실한 목사가 왜 앞 다르고 뒤 다른 행동을 할까. 이런 의문들이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 남가주교회협의회 회장으로서 한국국회 조찬기도회에서 그와 만났었다. 비록 단독 만남은 아니었지만 그에게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 발언하는 것이 신중했다. 외교가로서의 인품이 몸에 배어 있었다. 목회자의 자상함도 풍겨났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이 서로 좋은 이웃이 되도록 하자는 기도요청도 내어놓았다.
그가 친한파 중의 친한파 의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우선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급우들이 한국말을 썼다고 매 맞는 것을 목격했으며 한일관계의 갈등과 역사를 몸으로 느끼고 산 사람이다. 한국에도 자주 왕래했고 한국인 친구들도 많다. 한일관계 개선에도 공적이 많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친일파라면 매국노 딱지를 붙인다. 그러나 도이 의원을 생각하면 품앗이로라도 친일파로 자원하고 싶을 정도다.
그런 배경에서 보면 도이 의원의 독도관련 서명은 결코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삼일절이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그가 어찌 그런 실수를 했겠는가.
보도된 발언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의 행동에는 실수에서 오는 모순이 전혀 없다. ‘독도는 일본 땅이지만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독도는 한일 간에 자기 영토라는 충분한 근거를 서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이 의원이 일본에 가서도 ‘독도는 한국 영토이니 일본은 다케시마를 포기하라’고 선언했으면 36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뚫렸을 것이다. 그러다가 정치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심지어 극우파에게 테러를 당할 것도 각오했다면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터였다. 특히 그가 한국 땅에서 십자가 대행진에 참여했던 사람이요 목사이기에 그런 기대는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도이 의원은 비록 우리가 기대하는 백보를 다 가지 못했어도 오십 보는 갔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 나머지 오십 보는 앞으로 걸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존경을 받는 우찌무라 간조 선생은 “나는 일본을 위하여, 일본은 세계를 위하여, 세계는 하나님을 위하여”라고 갈파했다. 그분이 일본의 참 애국자인 것을 의심할 수 없듯이 도이 류이치 의원도 일본을 사랑하는 국제형 애국자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정근 목사·원수사랑 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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