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들과 차분히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면 윌셔 가에 있는 한 한식 전통찻집을 찾는다. 초창기에는 문인들이 시낭송 같은 모임도 갖던 곳인데 얼마 전 들렀더니 예전과 손님들이 사뭇 변해 있었다.
기존의 한인 일변도, 그것도 주로 40대 이상의 손님이었던 것과는 달리 많은 젊은이와 타 인종 손님들이 좌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장사가 쏠쏠한 것 같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우리만의 것이 가져온 일종의 한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랬다. 차의 맛이 다른 곳과 달라야 얼마나 다르겠느냐만 10년 넘게 고집스레 지켜온 그 찻집만의 분위기와 전통이 만들어 낸 특유한 멋 때문일 것이다. 멋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남의 것을 모방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무형의 자산 가치, 즉 영업권(goodwill)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찻집의 내부는 소박하게 꾸며져 있지만 공간이 넉넉하며 차와 함께 한과가 따라 나오고 손님을 세심히 살펴서 모자람 없이 채워주는 자상함이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떠들썩하지 않아서 좋다.
욘사마 배용준, 현빈 등 한국의 젊은 연기자와 소녀시대, 카라, 2PM 같은 소위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한류 열풍을 주도하여 한국의 국위선양은 물론 관광산업과 영화수출로 외화벌이까지 톡톡히 하고 있음은 아주 즐거운 현상이다. 욕심 같아서는 이런 한류가 아시아는 물론 날로 확산되어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깊게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문외한인 필자가 볼 때도 그런 희망은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한류에는 한국 고유의 멋과 문화가 배어있지 않아 진정한 한류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대부분의 한국영화나 드라마는 상업적인 물량주의에 빠져 외형만 그럴듯하지 정작 한국인의 참 모습과 삶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도 한때 인기가 높지만 단명으로 끝나고 퍼포먼스가 가수라기보다는 차라리 춤꾼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며 그것도 미국의 힙합이나 레게음악의 아류에 불과하다. 그런 호응은 하나의 상품처럼 일시적인 유행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더 좋은 스타들이 등장하면 지나가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한국은 국가성장에 맞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래에 일부식당에 고기 무제한 메뉴가 등장해서 외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래 없는 불경기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 그 실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편 혹시나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한국의 음식이 실컷 배불리 먹는 싸구려 음식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언어와 음식은 우리나라의 가장 상징적인 문화이며 한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사업체도 멋을 위해서 오랜 시간 참고 애쓰는 데 한 나라의 맛을 미 주류사회와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과연 어떻게 해야 옳은지 긴 안목으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조만연
수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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