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첫 재외선거 실시가 10개월 여 남았지만 LA 한인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나타나고 있다. 대선 잠룡들을 비롯해 총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인들의 LA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후원하는 자생단체들이 생겨나 한인타운 곳곳에서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LA 지역 한인들이 모여 창설한 한나라 남가주 위원회에 이어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생단체도 오는 26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선거법 개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실무진들이 LA를 찾았다. 재외국민 선거 관련 한인 간담회를 개최해 현장에서 직접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23일 열린 이 간담회에는 30여명의 한인 단체장들이 참석했지만,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현행 공직선거법의 재외선거 관련 규정들에 대한 문제는 이미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투표소를 현지 공관으로만 한정하고 투표를 하기 위한 유권자 등록도 공관을 찾아서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원거리 유권자들의 투표 기회를 크게 제약한다는 점을 우려해 많은 단체들이 재외선거의 투표소 확대 또는 우편투표 도입 등의 방식으로 투표 편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날 간담회는 많은 참석자들이 전반적으로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와 같이 동일한 내용의 주장만 계속되자 사회자가 발표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했지만 거의 같은 내용의 발언들이 1시간 넘게 계속됐고, 일부 참석자들은 간담회 도중에 서로 언성을 높이거나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친분을 과시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참석한 정개특위 소속 국회의원들도 간담회에 몰입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반복되는 질문이 이어지자 한 의원은 시종일관 지루한 듯한 표정을 지었으며, 또 다른 의원은 간담회 후 이날 현지 동포들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결국 현지 한인 단체장들이나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들이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이 여실히 보였다. 결과적으로 현지에서 한인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했다는 생색만 내려는 유명무실한 행사로 전락하고 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재외선거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 사는 한인들이 한국 참정권이라는 소중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려면 제대로 된 참여의식을 가지고 보다 준비된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피상적인 구호만 외치는 모습보다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한 가지씩 가능한 것부터 개선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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