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동기를 찾으려는 자는 기소 당할 것이요, 교훈을 찾으려는 자는 추방 당할 것이요, 줄거리를 찾으려는 자는 총에 맞을 것이다”라는 경고문으로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시작한다.
최근에 논란이 된 이 소설은 출간 당시에도 도둑질ㆍ거짓말ㆍ욕설이 난무하고 ‘니그로’ 같은 인종차별 단어가 너무 빈번히 쓰였다는 이유로 금서목록에 오르는 굴욕을 당했다.
그 후 트웨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인간 본질을 풍자적으로 파헤쳤다. 그 책에 등장하는 노인과 청년이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 “과연 인간은 기계에 불과한 존재일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철저하게 외부의 영향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로 인간을 규정하는 노인은 셰익스피어조차도 신이 창조한 인간의 모습을 외적인 영향에 따라 묘사했을 뿐 셰익스피어 스스로가 창조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인간 스스로가 어떤 생각도 창출하지 못한다는 극단적인 기계론에 맞서 청년은 “인간이 단순한 기계로 전락된다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린다”며 반기를 들었다.
대학 진학에서도 입학사정관을 기계적인 인간으로 여기는 지원자가 적지 않다. 입학사정처가 정해 놓은 집행규정이나 공식에 따라 사정관들이 기계적으로 당락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은 대학 마케팅 전략에 따라 잘 길들여진 기계처럼 항상 움직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뉴욕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 중 근처 식당에서 식사 후 식중독에 걸려 고생한 어느 입학사정관은 홧김에 그 지역에서 지원한 학생 모두를 불합격시켰다. 지원서 심사 전날 풋볼 경기장에 다녀와서 자신의 풋볼 팀이 패배하자 상대방 팀이 소속된 지역 지원자 서류를 건성으로 읽었다는 사정관도 있다.
아버지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경험을 쓴 학생의 지원서 에세이를 읽고 ‘돈 자랑한다’는 이유로 떨어뜨렸다는 고백도 있다. 지원서를 접수시키고 나서 하루가 멀다 하고 두 달에 걸쳐 입학사정처에 전화와 이메일을 한 부모가 귀찮다고 그의 자녀를 탈락시킨 경우도 있다. 그런 지원자를 받으면 4년 재학 내내 학생의 부모가 입학사정처를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매년 아시안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는 대학의 어느 입학사정관은 “아무리 수학, 과학에 뛰어난 지원자라 할지라도 그가 앞으로 4년간 캠퍼스에서 같이 지낼 만한 학생인가를 우선적으로 알아본다”고 귀띔했다.
대학 진학 준비를 제아무리 철저히 해도 이 같은 극단적인 반기계적 행동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입학사정관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성격ㆍ태도에 따라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지원자는 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수없이 변수가 생긴다.
어떤 이는 조용한 외톨이형 지원자를, 어떤 이는 앞에 나서는 학생을, 또 어떤 이는 괴짜를 각각 선택한다. 그렇다면 지원자는 트웨인식 경고문에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입학사정관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지원자는 외면 당할 것이요, 합격 방정식을 찾으려는 자는 묵살 당할 것이요, 입학사정처의 각본을 찾아내려는 자는 불합격 총알에 맞을 것이다.”
대니얼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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