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앨러지 질환으로 기관지천식, 앨러지성 비염, 앨러지성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두드러기, 음식물 앨러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앨러지성 체질을 가진 아이에서 맨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흔히 할머니들이 말하는 ‘태열’입니다. 즉 생후 1~2개월부터 얼굴의 양 볼에 습진이 나타나고, 가렵고, 잘 트게 되는 피부를 갖게 됩니다. 이런 시기를 경과하면서 우유나 모유를 먹고 자주 토하거나 설사를 하고 보채는 경향이 보이는데, 이것은 음식물에 의해서 위장관에 앨러지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음식물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아이는 생후 5개월~1년쯤 되면 자주 기침을 하고 숨소리에 가래가 찬 것 같은 소리가 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면역력이 약해서 자주 감기가 걸리게 되고, 쉽게 낫지 않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산다’ ‘우리 아이는 감기를 자주 앓는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만 1~3세 정도가 되면 피부 증상은 줄어들면서 호흡기계 증상이 나타납니다.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를 자주 하고, 코가 막히는 앨러지성 비염 증상이 나타나고, 일부에서는 눈이 가렵고, 자주 충혈이 되는 앨러지성 결막염 증상도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는 갑자기 기침을 발작적으로 하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심해지거나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호흡곤란 상태의 천식발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위와 같이 앨러지 질환들이 하나의 흐름과 같이 시기에 따라 다른 질환들이 순서대로 나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경과 마치 군대에서 대열을 지어 차례차례로 행진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앨러지 행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이러한 경과를 밟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태열’이 있다가 전형적인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가지게 되는 아이에게서 다른 앨러지성 질환들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떤 환자는 어릴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가 6세쯤 처음으로 기관지천식 증상을 경험하는 수도 있으며, 어떤 환자는 사춘기에 앨러지성 비염이 나타나서 앨러지성 체질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앨러지 행진의 50%는 사춘기 기간에 멈추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춘기 이전에 면역력을 충분히 높여서 스스로 앨러지를 극복할 수 있는 체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사춘기가 이미 지난 경우라면 면역력을 높여서 자연 치유력을 도와줘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앨러지 질환에는 한의학이 장점이 있습니다. 한의학의 치료 원리는 단순히 증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치유력을 높여서 스스로 병을 이기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속열이 있어서 앨러지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에게는 현미, 보리, 채소류, 오이, 참외, 딸기, 돼지고기 등 차가운 성질의 음식과 더불어서 이에 적절한 생활지도와 몸에 진액을 보충하는 한약으로 체질을 개선합니다. 위장이 약해서 앨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는 따듯한 성질의 찹쌀, 백미, 꿀, 닭고기, 계란, 등을 권장하며, 장내 유익 세균이 잘 자라고 소화흡수에 도움 되는 한약으로 면역력을 높입니다. 호흡기계가 약한 사람은 브라컬리, 도라지, 배, 매실 등으로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 호흡을 도와줍니다.
체질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적절한 실내온도와 습도, 일교차, 찬 음료, 인스턴트 음식 등입니다. 앨러지 질환은 단시일 내에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환자와 부모, 그리고 의사 모두가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안 상 영
<자생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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