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다” 하는 말들은 최근 한인단체들의 행태를 두고 만들어진 것 같다. 역사가 오래되고 이름이 알려진 소위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단체들조차 이 모양이니 나머지 군소 단체들의 사정은 불문가지라 할 것이다.
남가주의 한인주소록을 보면 사업체와 종교기관, 동창회, 봉사단체를 제외하고도 최소 350개 이상의 이런저런 단체들이 기재되어 있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단체들이 대부분이지만 명칭만은 마치 미국 전체는 물론 전 세계를 아우르는 양 거창하다. 그런 단체일수록 미국은커녕 LA 안에서 조차 인정을 받지 못한다. 몇몇이 작당해서 자리를 차지하는 단체들도 있고 ‘나 홀로’ 회장도 부지기수이다.
이처럼 허울뿐인 엉터리 단체들과 그로 말미암아 양산된 사이비 감투 때문에 진짜 한인커뮤니티의 주인인 침묵하는 대다수의 동포들은 그들의 존재에 식상한지 오래이며 차라리 없는 것이 한인사회의 발전과 화합에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한인사회에 유명무실한 단체들이 많은 이유는 한국과 달리 비영리단체의 설립이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영리법인은 소재지의 주법에 의해 설립되는데 캘리포니아는 아무나 주 총무처(Secretary of State)에 정관과 몇 십 달러 정도의 수수료를 제출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인설립을 마쳤다 해서 자동으로 비영리단체가 되는 것이 아니고 따로 면세신청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세무당국에 각각 제출해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한인 비영리단체들이 설립을 마쳤지만 그 후 면세신청을 하지 않거나 설사 했다 해도 매년 또는 정기적으로 제출해야할 서류나 보고서를 게을리 하여 대부분 자격취소를 당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 한인 비영리단체가 국세청으로 부터 무더기로 자격취소 당한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인단체가 한인사회에서 인정받고 일정 부분의 대표성을 가지려면 스스로 먼저 요건을 구비해놓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한인단체로서의 자격을 검증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을 충족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첫째, 유효한 비영리단체이어야 할 것. 둘째, 합리적인 정관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셋째, 투명한 재정보고가 이뤄져야 할 것. 넷째, 회원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해야 할 것. 다섯째,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할 것. 여섯째, 적어도 상당수 이상의 정회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할 것. 일곱째, 최소한 분기마다 정기 회합을 가져야 할 것 등등 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갖추지 못한 단체라면 아무리 역사가 오래되고 대단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라 할지라도 공인된 한인단체라 볼 수 없고 끼리끼리 모인 사설단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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