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막측’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심에 일종의 감탄사로 표현되는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날마다 환자를 접하는 의사로서 인체의 항상성에 감탄하곤 한다.
인체 내부의 환경조절은 크게 항상성(homeostasis)과 항정상태(steady state)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항상성이란 내부 환경의 불변성 또는 계속적인 유지를 뜻하며 신체의 안정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체 내부의 치유능력이다.
이러한 조절체계는 신체의 물리적 변인들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상호 연관된 구성요소이다. 인체는 이 조절체계를 통해 외부의 요인들이 신체에 작용했을 경우 항상성 유지를 위해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능력이 작동한다. 인체의 병이 쉽게 생기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며 혈당량 조절, 체온조절, 혈압조절, 식욕조절, 배설 기능, 삼투압 조절 등도 마찬가지다.
척추의 예를 들어보자. 부적절한 생활습관과 외부적인 압력으로 인해 척추에 스트레스가 가해지게 되면 인체 내부의 세포들은 조절체계를 사용하여 항상성에 장애를 주는 여러 가지 요인들과 싸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세포는 방어 단백질인 스트레스 단백질과 합성하여 손상된 단백질을 원상복귀시키곤 한다. 요통 환자 중 많은 수가 치료 없이 증상 호전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이 원리다.
명화 ‘밀레의 이삭줍기’ 작품을 보았는가? 그림 속 이삭을 줍고 있는 농민의 모습을 보면 한번쯤 이런 자세를 유지하는 농민의 허리가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리를 굽힌 채 일을 하면 허리근육과 인대에 무리를 주게 되어 허리 펴기가 힘들어지고 만성요통의 원인이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허리를 굽히는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다림질을 할 때 상체를 수그린다.
그러므로 농부들이나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에게는 요통이 끊이지가 않는다.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자세는 이러한 허리의 정상적인 만곡형태에 변형을 유발시킨다. 곧 ‘척추후만증’이 발생하기 쉽다.
간혹 X-ray상 측면 사진에서 허리뼈가 일자로 곡선 없이 꼿꼿하게 선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척추후만증, 즉 ‘일자허리’다. 이런 허리를 가진 사람들은 척추의 완충작용이 약해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허리 쪽이 손상받기 쉽다.
계속되는 충격으로 인해 추간판 탈출증을 유발할 수 있고 척추 뼈의 퇴행이 촉진될 수도 있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추간판 내의 압력이 서 있을 때보다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추간판 탈출증(일명 디스크)은 추간판이 섬유륜(젤 타입의 수핵을 둥글게 감싼 섬유질)을 찢고 나와 뒤쪽 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추간판 내의 수핵은 뒤쪽으로 밀린다.
허리를 회전시키면 추간판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들은 운동 방향과 반대쪽으로 팽팽히 긴장된다. 허리를 숙이면서 돌리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에는 바깥의 섬유들이 찢어져 그 속의 수핵이 빠져나갈 위험이 커진다.
그러므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린 채 몸을 옆으로 비트는 경우에는 추간판에 가장 큰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허리에 가장 안 좋은 자세이다.
허리를 굽히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척추의 항상성이 깨져있는 상태이다. 장시간 허리만 이용해서 굽히는 자세는 절대로 취하지 않도록 한다. 물건을 들 때도 허리만 굽혀서 들기보다 무릎을 구부려서 하체의 힘을 이용하도록 한다.
만약 허리를 오랜 시간 구부려야 한다면 발받침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규칙적으로 허리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실시하는 것도 좋다. 이것이 바로 신묘막측하게 창조된 인체의 항상성을 돕고 척추디스크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이상화 <자생한방병원 미주분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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