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이배용 위원장이 뉴욕을 방문, ‘대한민국 브랜드와 역사문화 의식’ 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브랜드에 역사문화 의식을 연결시킨 데에는 그녀의 전공이 한국사였다는 것과 그리 무관치 않았던 것 같다.
브랜드는 어떤 경제적인 생산자를 구별하는 지각된 이미지와 경험의 집합이며 보다 좁게는 어떤 상품이나 회사를 나타내는 상표, 표지이다. 숫자, 글자, 글자체, 로고, 색상, 구호를 포함한다. 브랜드는 특히 기업의 무형자산으로 소비자와 시장에서 그 기업을 나타내는 가치를 나타낸다.
브랜드의 시작은 상호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름이다.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관성이다. 한 사람의 이름이 오늘은 홍길동이었다가 내일 김삿갓이라면, 사회적으로 대혼돈이 야기될 것이다. 본인 확인과 책임소재를 판가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이건 마찬가지다.
한반도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약 150년 전이다. 당시 한반도는 지중해연안 즉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계통의 제스윗 신부들에 의하여 알려졌기 때문에 한반도의 이름은 Coree 또는 Corea로 지칭되었다. 이후 세상의 헤게모니가 앵글로 색슨계로 옮겨지면서 한반도의 이름도 Corea에서 Korea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승만 박사를 위시한 독립운동가들이 라틴 세계로 부터 많은 영향력을 받았다면, 아마 한반도의 이름은 그대로 Coree 또는 Corea로 고착되어 올림픽 입장순서도 지금의 중간에서, 거의 선두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좌우간 한국은 지난 100년간 Korea로 불려져 왔다. 어떤 경우이건 이름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Korea나 Seoul을 제외하고, 다른 명칭의 영문 표기는 전혀 일관성이 없는데 문제가 있다.
부산을 누구는 Pusan, 누구는 Busan으로, 대구를 누구는 Taegu 누구는
Daegu로, 김포는누구는 Kimpo 누구는 Gimpo로 제각각 쓴다. 지명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Kim 누구는 Gim 심지어 Khim, Kihm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Lee 다른 이는 Rhee 또는 Yi, 또 누구는 Chung, 다른 이는 Jung으로 쓴다. 서(徐)씨 성을 가진 한 지붕 밑에 아버지와 두 아들이 Suh, Seo, Sir 라고 쓰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세상 밖으로 알려진지 150년, 본격적으로 해외무역을 시작한지 50년, 세계화, 국제화라는 구호를 불러댄 지 20년! 게다가 4대 스포츠를 개최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자랑하는 나라가, 같은 포디움에 선 한 사람은 Lee Myung -bak으로 다른 한 사람은 Yuna Kim으로 부른다.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 무엇이 라스트 네임인지, 무엇이 퍼스트 네임인지 알 길이 없다.
예산 들여 국가브랜드를 고양시키려 하기 전에 100여개 밖에 안 되는 한국 성(姓)과 천 여곳밖에 되지 않는 지명의 영문표기를 일관성 있게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자유와 일관성/표준은 별개의 문제다. 일관성과 표준은 효율의 문제이며 동질성의 문제다. Suh, Seo, Sir - 누가 아버지와 아들 사이라고 하겠는가? 국가 브랜드를, I정체성을 내세우기 전에 영문표기를 표준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표준화시켜놓지 않으면, 그렇게나 우리 것을 알리고 싶은 대상인 지구촌 사람들에게 혼란을 안겨 줄 뿐이다. 그것은 홍보하려고 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한태격
뉴욕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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