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의학을 배우고 난 후 나름대로 그 이유를 추론해 보았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다리를 뿌리로 봅니다. 식물도 뿌리가 흔들리면 잘 자랄 수 없듯 다리는 안정된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뿌리가 물질을 저장한다고 봅니다. 물질이란 재화를 말합니
다. 재화는 복 중에 하나이므로 다리를 흔들면 복이 나간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은 다리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나 저린 느낌,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저녁이나 밤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처럼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지며, 다리를 움직이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나 이는 일시적이어서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이게 됩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인한 불면증, 낮에도 피곤하거나 의욕저하, 우울, 불안 등이 발생하여 회의 참석, 여행, 영화나 음악회 감상 등의 사회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대한수면연구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5.4%(20명 중 1명)가 하지불안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성별 간에 큰 차이는 없고 증상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는 30~4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중 절반가량(40명 중 1명)이 잠을 잘 때 어려움을 겪거나 자다 깨는 등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흔한 질환임에도 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아 병원을 찾아가도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6%에 그쳤습니다.
이 증후군의 근본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에서 도파민을 전달하는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적절히 기능하지 못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저려오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혈이 부족하여 근육을 잘 영양하지 못하거나, 정이 부족하여 하체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원입니다. 또는 철분 결핍성 빈혈, 혈액순환 장애, 알콜 중독, 비타민이나 미네랄 부족 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로하거나, 카페인 음료 섭취, 온도가 높거나 추운 곳에 오래 노출될 때 증상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자세한 병력 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순불면증, 허리디스크, 신경증, 스트레스, 근육경련, 노화현상 등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허리디스크로 오진되어 수술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1)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이 생기고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다. 2)이런 증상은 쉬거나 활동을 안 할 때 생긴다. 3)이 증상은 다리를 움직이면 완화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이 경미할 경우 운동과 식이조절만으로도 상당한 완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커피, 초컬릿, 탄산음료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고 음주 흡연도 피해야 합니다. 저녁 늦게 간식을 먹거나 낮잠을 자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도록 하고, 가벼운 걷기, 스트레칭 등과 같은 규칙적인 운동 및 다리 마사지, 찜질 등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심화된 경우엔 주로 수면장애를 동반하게 되는데 우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위중, 삼음교, 승장 등의 혈자리를 치료하여 다리 근육을 풀어주고,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합니다.
또한 한약으로는 하체에 혈과 정이라는 고유의 영양분을 공급하여 근본적인 기운을 굳건하게 합니다.
안 상 영 <자생한방병원 미국분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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