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오
사진작가
여러 해째 같이 골프를 치는 친구그룹이 있다. 그 친구들과 지난 달 캐나다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집에 혼자 남아 있을 남편들을 위해 국 끓이고 마른반찬에 후식까지 준비해 냉장고에 챙겨 놓고 떠나는 여자들끼리의 골프 여행이다.
드디어 캐나다 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우리는 여학생들처럼 들떠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16인승 제법 큰 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자신이 여행가이드도 겸한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기상예보로는 우리가 도착하는 날부터 매일 비 올 확률이 60% 이상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비는 오간데 없고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우리 일행은 하늘을 날듯 기분이 고조되어서 공항을 떠나 곧바로 골프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잔뜩 들떴던 마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운전기사 겸 가이드의 ‘너무도 능란한’ 운전솜씨가 문제였다.
구불구불한 산길로 접어들며 운전기사는 아름다운 산천 소개를 시작했다. 운전대는 한손으로만 잡은 채 다른 한손에 마이크를 잡고 흥분된 어조로 열심히 설명을 했다. 길은 점점 좁아져 가는데, 그는 더욱 더 신이 나서 일분도 쉬지 않고 입담을 과시했다.
차에 탄 우리 일행은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좁은 산길을 보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특히 옆자리의 친구는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외줄타기 곡예 같은 그 운전은 친구에게 거의 고문 수준이었다.
친구는 너무 가슴이 떨려 심장이 멎을 것 같다며, 참다못해 운전기사에게 부탁을 했다. 록키 산의 아름다움은 그냥 보기만 해도 느낄 수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제발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마이동풍이었다. 운전기사는 자기는 일급 운전면허도 있다고 자랑하며, 하던 말은 계속해야겠다고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걸려오는 전화까지 받으니 때로는 핸들에서 두 손이 다 떨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한손은 운전대, 또 한손은 마이크 잡기를 계속했다.
여행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여행사 운전기사가 이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화가 나는 것을 억지로 참으려니 나 역시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했다.
사고라는 것은 아무리 조심해도 어느 순간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그 운전기사는 안전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자기 혼자 타고 가는 차도 아니고 여러 귀한 목숨을 태운 차량을 운전하면서 기본적 안전수칙도 교육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여행객이 불안해서 경치를 구경할 수도 없을 정도라면 이는 운전기사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여행을 주선한 여행사측 대표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한인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고질적 안전 불감증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마음이 편해야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 운전기사가 좀 겸손했더라면, 그래서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자신의 직업에 임해주었더라면, 우리 일행은 더욱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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