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남북한을 순방한 중국의 리커창 부총리는 누구인가? 차기 총리로 유력한 엘리트의 프로파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10년마다 오는 정권교체를 앞두고 거대한 중국 대륙의 지축이 흔들릴 것이다. 리커창이 평양과 서울로 이어진 순방길에서 펼친 그의 외교전략과 메시지보다 수행원 집단을 이끌고 다니며 일으키는 그의 바람과 입김에 더 눈길이
쏠린다.
중국의 국가 부주석인 시진핑과 함께 리커창은 중국을 이끌 차세대의 새 얼굴이다. 오늘의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원천은 녹슨 빗장을 열고 근대화를 추진한 작은 거인 등소평의 통치력이다. 리커창은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유창한 달변가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외교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리커창은 1955년에 태어나 모택동이 이끌었던 1965년부터 10년간 청년들의 광기 어린 폭력집단인 홍위병들이 낡은 봉건제도를 때려 부셔야 한다면서 중국을 아수라장으로 몰아넣었던 문화혁명 시기에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베이징 대학에서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여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그는 유럽, 미국 등 국제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리커창은 무역전쟁에서 글로벌 환율 전쟁에 뛰어들어 최첨단 무역 실크의 길을 닦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강대국으로 발돋움하여 글로벌 경제 재편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을 이끄는 차세대 주역들은 IT시대에 중화사상을 부활시키는 중국의 르네상스를 꽃피울 것인가?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집 거실에도 중화사상의 뿌리는 남아있다. 나의 어머니가 공자 논어의 첫 구절을 붓글씨로 새겨 넣은 도자기가 거실에 놓여있다. “배우고 때대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글 내용이다.
얼마 전 중국계 미국인 친구를 집에 초대해 점심을 나누었다. 그녀는 거실의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12폭 병풍에 가까이 다가가서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병풍에 가득 붓글씨로 쓰여져 있는 한자의 뜻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붓글씨로 쓴 한자는 쓰지도 읽지도 못하는 눈뜬 장님 같은 문맹이라고 씁쓸한 대답을 했다. 그녀는 “그럼 이렇게 한문을 장문의 달필로 쓸 수 있는 당신의 어머니는 중국 사람입니까?” 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그녀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잠시 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논어를 숭배하던 나의 어머니 세대와 영어권에 살고 있는 이민 2세와 나 사이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라는 깊은 강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의 각축장이었던 한국의 질곡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중국의 공자사상을 떠받들고 같은 문화권에서 살면서도 중국인을 비하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애증관계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몇 년전 중국 북경에 들렸을 때 보니 중국의 모든 지폐 속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을 탄생시킨 중국통일의 아버지 모택동 초상이 그려져 있다. 그는 중국 현대사의 간판 얼굴이다. 지금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통화로서의 위안화의 길은 모택동의 대장정처럼 험난한 긴 여정일 것이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리커창은 21세기 대장정의 길에 오르고 있다. 중국대륙에 인접해 있으면서 수천 년의 복합적인 역학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중국의 새 얼굴 리커창이 누구인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민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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