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머큐시오 역 바리톤 김무섭
‘머큐시오’(Mercutio)는 로미오의 가장 친한 친구로, 까칠하면서도 용감하고 의리와 자존심이 엄청 강한,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그는 로미오와 함께 몰래 참석한 캐플렛 가 무도회에서 로미오가 원수 집안의 딸에게 홀딱 반하는 모습을 보고 열을 받기도 하지만, 또 로미오를 보호하기 위해 티발트의 칼에 대신 쓰러지는 극적인 캐릭터의 인물이다.
“로미오 가장 친한 친구역 매력적… 기대해도 좋아요”
주류서 인정… 시즌 마지막 ‘라보엠’에서도 주요 배역
오는 6일 LA 오페라가 개막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이 머큐시오 역을 한인 바리톤 김무섭(Museop․31)씨가 맡는다. 로미오와 줄리엣 바로 다음으로 이름이 올라가는, 이 오페라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인물이다.
“오페라에서는 타이틀 주인공 말고도 아리아가 있는 역은 모두 주역이라 부릅니다. 머큐시오는 제1막 시작하자마자 로미오를 조롱하는 아리아(‘Mab, la reine des mensonges’)를 부르고, 줄리엣을 흠모하는 티발트와 시시때때로 싸우다가 3막 끝에서 격렬한 결투신을 벌인 후 무대에서 퇴장하는 주요 배역이지요. 지난 시즌 ‘일 포스티노’와 ‘리골레토’에서 작은 역을 맡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역은 처음이라 기대도 크고 긴장이 많이 됩니다”
서울 음대와 줄리어드 오페라센터를 졸업한 김무섭은 LA 오페라의 신인 지원프로그램인 ‘도밍고 손튼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 2010~2011’에서 훈련 중인 ‘견습 오페라가수’다. LA 오페라가 2006년부터 시작한 이 장학 프로그램에는 그동안 김학수, 이요한 등 한인들이 몇명 거쳐 갔지만 이처럼 큰 역을 맡은 사람은 김무섭이 처음이다.
“머큐시오는 재미있지만 쉽지 않은 역이에요. 음악도 빠르고 역 자체가 챌린지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잘 해낼 거에요. 기대해도 좋습니다”
자신감을 보이는 그는 내년 5월 이번 시즌 마지막 작품 ‘라보엠’에서도 주요 배역인 쇼나르를 맡아 노래하게 된다. 또 내년 1월에는 콜번스쿨 오케스트라와 함께 제임스 콘론의 지휘로 빅토르 울만(Viktor Ullmann)의 오페라 ‘애틀랜티스의 카이저’(Der Kaiser von Atlantis)에서 주인공 카이저 역을 맡아 공연할 예정.
큰 무대 경험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력은 이미 주류 음악계에서 인정받았다. 2007년 줄리어드 재학 시절 오펜바흐의 오페라 ‘지옥의 오르페’에 출연한 그의 공연을 보고 뉴욕타임스는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훌륭한 승리였다”고 평했고, 그가 볼토레 역으로 출연한 존 무스토의 오페라 ‘볼포네’(John Musto’s Volpone)는 지난해 그래미상 ‘올해의 오페라 레코딩’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오페라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는 김무섭은 궁극적으로 늙어서도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지난 시즌 ‘로엔그린’에서 65세인데도 멋진 소리를 내는 할아버지 바리톤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어요. 앞으로 노래 공부도 계속하고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라는 김무섭은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많은 한인들이 즐기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가 역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라 워낙 스토리가 유명하고 음악도 좋은데다 아름다운 오페라이기 때문이죠. 주인공 역의 니노 마차이제와 비토리오 그리골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이에요. 놓치기엔 아까운 공연입니다”
공연 문의 (213)972-8001, www.laopera.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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