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 한계선에 위치한 스웨덴의 작은 마을 룰레오가 가진 것은 찬 공기와 눈, 그리고 얼어붙은 땅이 전부다. 비즈니스는커녕 사람이 살기조차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 마을의 시의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그런 여건에 맞는 사업유치를 위해 고민하고 토론한 끝에 페이스북에 연락했다.
“컴퓨터 서버를 저장하는 데이터 센터의 최대 적은 끊임없이 생성되는 열이다. 귀사의 서버 창고를 일년내내 냉랭한 기후를 가진 우리 마을에 건설하면 냉각 경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풋볼 경기장 15개를 합친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룰레오에 짓기로 결정했다.
한국 서해의 외딴 섬 대청도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에게는 훌륭한 환경이 못된다. 학원은 고사하고 교내외 활동을 할 수 있는 마땅한 기관도 없다.
그러나 대청고교의 최진수 군은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합격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지난 2년간 대청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미나리아재비ㆍ뚱딴지ㆍ며느리밥풀꽃 등 식물을 관찰ㆍ채집하여 ‘대청도 식물도감’을 만든 것이다. 또한 썰렁하고 우중충한 마을에 활기를 주기 위해 부두에 설치된 콘크리트 방파제에 화려한 색깔로 벽화를 그렸다.
한편 룰레오 시의원과 최군에 비해 훨씬 더 훌륭한 여건을 가진 많은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불평ㆍ불만 메들리로 언성을 높이는 학생들이 있다. 대학 지원서 에세이를 작성하는데 “프린터가 아래층에 있어서 일일이 내려가야 하는 불편 때문에 글이 잘 써지지가 않는다” “내 방에 햇볕이 너무 들어와 컴퓨터 스크린이 보이지 않아서 못 쓰겠다”라는 등의 불평을 터뜨린다.
일자리 사냥에 나선 대학 졸업자는 “얼굴도 예쁘고, 몇 개국 언어를 구사하며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고 인정받는 저 애, 그리고 가진 것 없고 무능력한 나, 만일 극단적 상황에서 우리 둘 중 한명만 구해야 한다면 누굴 고르겠어요?” 라는 비현실적인 질문에 자신을 빠뜨려 익사시키려 한다. 심한 경우에는 “나는 소비와 배설만 일삼는 쓸모없는 인간이다”라며 잉여 인간론 신세한탄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다.
하기야 10대에는 ‘공부해’ 20대에는 ‘취직해’ 30대에는 ‘결혼해’로 이어지는 ‘해해해’ 가정교육에 눌리고, 쓸모 있고 없고를 점수와 등수로 평가하는 교육제도를 거치며, 인구의 1%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사회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잉여 인간론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잉여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무엇인가 남는 것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가졌었지만, 자본과 계급을 향한 투쟁을 시작한 칼 마르크스에 의해 부정적인 뜻으로 변질되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부정적인 여건으로 둘러싸인 룰레오와 대청도, 즉 잉여의 환경에서 시의원과 최군은 소위 말하는 ‘잉여 짓’을 했다. 그리고 부정을 긍정으로 되돌려놓았다. 룰레오의 얼음 땅과 대청도의 바다 깊은 곳을 파본다면 그들이 파묻은 자포자기ㆍ패배감ㆍ신세한탄의 무덤들이 발견될 것이다.
한마디로 룰레오 시의원과 최군은 새끼손가락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손가락들이 모여 자기 자랑을 시작했다. 엄지가 “나는 넘버원이다”라며 나서자, 검지가 질세라 “무엇인가 지목할 때 누구를 쓸까요”라고 맞섰다. 이에 중지는 “나보다 작은애들이 나서긴…”하며 혀를 찼고 약지는 “니들이 결혼반지를 알아?”라며 놀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세울게 없는 새끼손가락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한참 후 말했다. “니들, 나 없으면 병신 소리 들어!”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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