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육완순이 미국의 현대무용을 한국에 도입한지 50년, 현대무용극 ‘수퍼스타’를 한국 공연계에 탄생시킨 지 4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 작품을 배경으로 선구자적 위치에서 한국 현대무용계를 이끌어온 육완순의 저력은 이후 한국 현대무용계의 중견급 스타들이 대부분 ‘수퍼스타’의 무대를 거쳐 갔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육완순 무용인생의 대작이요 우리 무용사에 길이 남을 ‘수퍼스타’가 ‘공연과 영상으로 보는 육완순의 수퍼스타’라는 제목으로 지난 7일 LA 한국문화원에서 재연되었다.
50여명의 출연진들이 동원되는 초대형 공연물을 소극장 공연으로 재구성한 이번 무대는 박호빈(예수 역), 유석훈(유다 역), 이윤경(막달라 마리아 역) 등 세 명의 주역이 등장하는 장면들만을 소극장 무대에 맞게 다시 재구성하여 춤으로 연기했고 나머지 장면들은 영상으로 편집되어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다.
예수 역을 맡은 박호빈은 예수 역에 몰입하여 온 그간의 경력을 토대로 이번 소극장 무대에서도 예수의 애절했던 마지막 일주일의 생애를 진중하게 연기해 냈다. 작품이 지니는 종교성을 떠나 이 작품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기 위한 진정한 도전성의 의미는 예수의 인간적 심리묘사에 있다.
종교성, 역사성의 저편에서 예수의 캐릭터에 치중하고 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언제나 고통 받는 예수의 인간적 몸짓과 심리의 재조명에 주테마를 둘 수밖에 없다. 종교성 그리고 처절한 역사적 사실성의 사이에서 박호빈은 균형감을 잃지 않은, 그러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고뇌의 연기로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의 박수를 받았다.
오랜 기간 막달라 마리아를 연기해 온 이윤경은 한국 최고의 무용수라는 레테르를 지닌 무용수답게 이번 무대에서도 감동적인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수퍼스타’의 베테런인 그는 대형 무대와는 달리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현장감이 더해지는 소극장 공연의 긴박감을 십분 활용, 감동적 전율로 무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의 솔로는 이제 이윤경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류석훈의 가롯 유다는 역대 어느 유다 역을 연기한 무용수보다도 유다의 갈등과 번민을 다이내믹하게 표현한다. 예수를 배반, 인류의 ‘영원한 역적’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다의 캐릭터는 앤드류 웨버의 원작에서 사실상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류석훈의 등장으로 육완순의 ‘수퍼스타’는 심중 있는 유다 역의 캐릭터 창출이 가능해졌다.
류석훈은 배반의 괴로움 속에서 헤매는 유다의 어두운 갈등을 온몸 연기로 심도 있게 표현해 냄으로써 관객들에게 동정과 공감을 주는 동시에 원작의 주인공 유다에도 근접해가고 있다.
이번 LA 공연을 계기로 소극장 공연으로 새롭게 태어난 ‘수퍼스타’는 영상에서 보는 간결한 세트의 미니멀리즘과 작품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현대 춤이 지니는 본래적 추상성과 영상의 이미지가 주는 효과들이 이전에 보던 ‘수퍼스타’의 공연에 비해 훨씬 모던한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어 본격적인 해외무대 진출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새로운 구성, 재편집의 작업이 꾸준히 밀도 있게 이루진다면 앞으로 ‘소극장용 수퍼스타’에 또 다른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미주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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