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짓밟은 범죄…형량, 훨씬 더 무거워야"
군사법원이 최근 민간인을 학살한 혐의를 받은 해병대 분대장에게 내린 판결이 이라크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라크 민간인 24명을 살해한 죄에 대한 형벌치고는 미군 해병대 분대장 프랭크 우터리치(31) 하사가 선고받은 90일 구금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재판전 형량 조정에 따라 우터리치 하사는 실제 복역은 면하고 대신 이등병으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라크 정치권이 격분에 휩싸였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가 25일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대변인인 알리 무사위는 죄질에 합당하지 않은 판결이 내려졌다면서 "아무런 죄가 없는데도 무분별한 총격의 피해자가 된 국민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법적 수단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하디사 마을이 있는 안바르 주의 국회의원 탈랄 알 주바이는 "미국 법정이 이라크인의 피를 하찮게 여기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주바이 의원은 "하디사 민간인 학살은 인류의 가치와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은 극악무도한 범죄"라면서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고려할 때 훨씬 더 무거운 형량이 내려졌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라이드 알 달라키 의원은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이라면서 "무슬림과 이라크 국민이 흘린 고귀한 피의 가치를 떨어뜨린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군사법원은 최근 군사법원 재판에서 우터리치 하사에게 직무유기죄로 90일 구금형을 선고하고 이등병 강등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우터리치 하사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라는 개인 사정을 감안해 감봉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터리치는 직무태만 혐의에 대해 시인했으나 과실치사 혐의는 군 검찰과의 형량 협상을 통해 기각됐다.
그는 부하들에게 "일단 쏘고 심문은 나중에 하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했으며 도로 매설 폭탄으로 동료 해병 1명이 숨진 뒤 마을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나머지 부하들을 살리려고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는 법원에서 "그날 나와 부하들이 그 집들을 수색했을 때 위협으로 느낀 것이 있어 대응했다. 위협을 제거하고 나머지 대원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우터리치가 지휘하던 해병대원들은 지난 2005년 11월 하디사 마을에서 순찰하다 차량 안에 있던 5명과 여러 주택에 있던 19명 등 모두 24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살해된 여성과 어린이 10명도 희생자 가운데 포함됐다.
우터리치 하사를 제외한 나머지 분대원 전원은 앞서 무죄 판결을 받아 이라크인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판결 이후 우터리치 하사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사죄하면서도 자신은 "냉혹한 아이 살인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에 말로는 내 슬픔을 표현할 길이 없다. 나의 어떤 말로도 당신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 "그날 당신들과 가족들을 절대로 해치려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도가 최선이더라도 전투 행위는 때때로 비극적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