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대장간 옆을 지나가다가 아름다운 망치질 소리에 발길을 멈추었다. 알아보니 망치의 무게 2:1인 망치를 같이 치면 높이만 다를 뿐 같은 소리 즉 한 옥타브 차이를, 무게 2:3의 망치에서는 5도 소리를 내서 오는 음정의 어울림이었다는 것이다. 6세기 초의 철학자 보에데이우스의 기록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같은 비율의 무게를 갖는 망치를 만들어서 간단한 실험을 하면 그런 소리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니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음의 구성을 물질적 실체에 근거를 두고 이해하려고 한 음악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유물론적 접근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망치 대신 적당한 탄성을 갖는 현의 길이로 바꿔 해석하면 상당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며 그 후 피타고라스는 음악에서 수학적 비례 관계를 발견하여 음정을 확립, 이 피타고라스 음계는 지금의 서양음악 이론의 출발점이다. 또한 소리 사이에 올바른 수학적 비율이 있으면 아름다운 음악이 되지만 비율이 깨지면 소음이 된다 하니 음악 속에 숨어 있는 신비로운 수학적 조화라 하겠다.
영혼을 뒤흔드는 음악과 냉정한 수의 세계인 수학의 만남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나 이렇게 수학자는 음악의 역사 첫 장부터 등장하며 수학 없이는 음악 이론을 전개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매혹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우주 속 여러 행성들이 움직이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다는 ‘천구의 음악’을 상상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셰익스피어도 그렇다고 믿어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기도 했고. 독일의 천문학자인 케플러 또한 이를 과학적으로 검토해 행성들이 만들어내는 음정을 알아내려 노력했다 한다.
상상해 보라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무한히 있었고 내가 죽은 뒤에도 무한히 이어질 이 우주라는 무한 속에서 토성과 목성… 수많은 행성들이 빠르게 느리게 궤도를 돌며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한 그 한계 지울 수 없는 것 앞에서 느끼는 일종의 신성한 공포를…
피타고라스나 케플러가 말한 천구의 음악이 정말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의 지배를 받는 음들의 세계, 피보나치수열에 따라 셋, 다섯, 여덟, 열셋… 으로 피어나는 꽃잎들의 질서. 황금비율로 자라나는 조개껍질들. 낮과 밤, 계절의 리듬 그리고 모든 만물들의 그토록 충실한 복종, 살아 숨 쉬는 영원한 자연의 본질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그 섭리는 우리를 겸손케 한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탐사선에는 외계에 있는 지성체가 발견하길 바라며 지구상의 생명체와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한 소리와 영상을 기록한 축음기 음반을 실어 보냈는데 그 지구의 소리 중에는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2권 중 제1곡 전주곡과 푸가가 포함되어 있다
보이저가 다른 별에 가까이 가는 데에는 4만년 정도가 걸리는 먼 미래이고 탐사선의 크기도 너무 작기 때문에 발견될 가능성도 적다 하니 이는 정말로 외계인과 교신하기 위한 시도라기보다는 오히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엄격하면서도 아련하며 그래서 더 저릿한 바흐의 선율을 담은 우주선이 아무런 경계가 없는 텅 빈 공간을 날아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나의 상상력은 확장되고 이 현실의 크고 작은 결핍쯤이야 라며 덩달아 마음이 넉넉해진다.
살아가는 것이 고되고 지쳐갈 때 난 가끔 하늘을 보며 무한한 우주의 바다에 띄워 보낸 작은 병속에 담긴 그 음악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궁금해 한다.
메이 정 <앤드류샤이어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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