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잔칫상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메디케어와 소셜 연금을 눈앞에 두고 있다. 50대에 들어섰을 때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미국 은퇴자 협회(AARP)에서 가입하라는 편지가 쉴 새 없이 오더니, 60대에 들어서자 미리미리 싸게 장례 준비를 하라는 편지들이 밀려온다.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등 몸속의 나쁜 것들은 모두 기세등등하게 경쟁하듯 올라만 간다.
얼마 전 한국어 TV 방송에서 노인의 성에 관한 특집이 방송되었다. 서울 종로 3가 지하철 역에 모인 노인들과 그들 사이로 다니는 속칭 박카스 아줌마들에 관한 특별 취재였다. 그 특집 방송기자가 계속 “이 60대의 노인들...”이라고 하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지 않으면서 불현듯 “벌써 내가 노인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키가 큰 편에 속했는데 이제는 그때보다 1인치 가량 줄었다. 한번 다치면 회복하는데 오래 걸리고, 먹는 약도 많아지고, 눈도 잘 안보이는 데다, 자식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뼛속까지 시려올 때도 있다. 손자 때문에 장난감 가게를 다시 들락거리고, 신문에 난 임플란트 광고 등 건강에 관한 것이라면 큰 관심을 보인다.
한국군의 장군들은 60대가 되면 어깨의 별이 떨어져 별 볼일이 없어지듯이, 인생의 장군들인 노인들도 별 볼일이 없어진다. 이게 다 노인들에게 일어나는 현상들인데, 나이는 오로지 숫자에 불과하다며 애써 외면하고 산다.
노인이 되면 조금 전의 이야기는 까먹어도 오래 전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옛날이야기를 잘해주신다. 중학생 때 어느 한의사가 사주를 봐준다며 나의 수명을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한의사가 말해준 나이가 지금도 기억나며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이 들어 부부가 다정하게 살지 못하거나, 장성한 자식들로부터 대우를 못 받는 노인들도 많은 것 같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나무 그릇(Wooden Bowl)”이라는 단편 이야기가 있다. 어느 가정에 시아버지,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가 살고 있었다. 연로한 시아버지가 식탁 앞에 앉으면 눈이 잘 안보여 식사하는 소리도 시끄럽고 그릇도 자주 깨뜨리곤 했다.
어느 날 아들 부부는 노인의 밥상을 방 한구석에 따로 나무 그릇으로 차렸다. 그 후론 구석에 차려진 식탁 앞에서 노인은 서러운 눈물범벅으로 식사를 했다.
어느날 손자가 나무덩이를 가져와서 열심히 무엇을 만들고 있었다. 무엇을 만드느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아들이 “아빠도 늙으면 할아버지처럼 쓸 나무 그릇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깨달은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를 다시 가족의 식탁으로 모셨고, 노인은 아기처럼 기뻐했다는 내용이다.
노인이라고 해도 세상 떠나는 날까지 인생길에 족적을 남긴다. 우리네 인생의 족적을 살펴보면 자녀 양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녀들도 자라면서 가장 가까이서 보고 배운 부모를 알게 모르게 닮아간다.
자녀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는 가 하는 일이 어떤 부모로 살아왔는가 하는 질문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노인이 되고 나면 장성한 자녀들을 보며 자신이 스스로 작곡한 “나의 인생 교향곡”을 웃기도하고 울기도하며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후손들로부터 조상이라고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민 1세이니 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면 제일 먼저 찾아야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이다. 후손들이 조상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하며 살펴볼 때, 우리는 알렉스 헤일리의 장편 소설 ‘뿌리’에 나오는 쿤타 킨테로 비춰질까, 치킨 조지로 비춰질까?
“자녀들은 내가 살지 못하는 먼 미래를 향해 보내는 나의 생생한 메시지”라고 한 닐 포스트맨의 말에 공감한다. 노인이라고 하니 절로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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