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다녀가는 한국의 문인들은 무수히 많다. 나성이 관광도시이기도 하고 경유지이기도 한 탓이다. 스쳐가는 많은 문인들 중 나태주 시인은 특별하시다. 본인이 오고 싶어서 오신다. 가족을 만나러 오시듯 오신다. 누가 아프다면 안타깝고 궁금해서 부모의 마음을 갖고 들여다보러 오신다. 2003년도 다녀가신 뒤 4차례 오셨다. 오고 가실 때마다 이곳의 문인들에게 글쓰기의 팁도 주시고 쓴 소리도 하신다.
“다 좋습니다. 무조건 좋습니다”하고 공치사만 남발하는 여느 문인들과 다르다. 이곳에서 후히 대접을 받고난 후 한국에 가서 “미주 문인들의 수준은 한참 멀었다”라고 뒷소리를 하는 어느 원로와도 다르다.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고향에 대한 타령을 그만 하라고도 하시고, 추억에 젖어 그리움 운운하지만 말고 ‘현재 이곳의 나의 이야기’를 쓰라고 주문하신다. 그래야 새롭고 독자도 즐겁다고 하신다.
진부하거나 식상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곳 이야기만이 살길이라고 앞으로의 글쓰기 방향에도 힌트를 주신다. 이곳에 오래 살면서 부족해진 어휘력도 키워야 한다고 가르쳐 주시고, 바뀐 철자법도 문인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하신다. 전공도 아닌 글쓰기를 하는 내게 선생님은 큰 스승이시다. 글이 많이 쌓이면 책을 낼 때가 되었다고 채근하시고 너무 묵은 글로 책을 엮으면 지루하다고 조언을 하시는 선생님은 시인이시나 나의 멘토이기도 하시다.
그저 유명한 시인의 말이라고 하기엔 새겨야 할 점들이 많다. 1971년에 등단한 문력이 40년도 넘는 시인이면서 지금도 일기처럼 시를 쓰신다. 그분의 홈페이지엔 매일 새로 쓴 시와 글이 올라온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고쳐 수정본을 올리고 청탁원고를 쓰시고 산문도 쓰신다.
아프거나 여행 중일 때의 며칠을 제하곤 1년 365일 글을 쓰신다. 그분의 삶을 보면서 대저 문인이라는 타이틀을 지키려면 이렇게 치열하게 글쓰기를 연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들린다. 참으로 글 앞에 엄숙하고도 지엄한 본을 보여주시는 것이다.
글 앞에선 한없이 엄격하시나 성품은 맑고도 맑으시다. 천진하게 웃으시고 작은 것에 감동하시고 무척 여리시고 눈물도 많으시다. 이런 문인을 가까이서 뵐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사람다운 문인이 미주의 문인들을 애정을 갖고 지켜보신다는 것은 영광이다.
절대 남의 신세를 지지 않으시려는 선생님은 오히려 이곳 문인들에게 무어라도 하나 주시고 싶어 애를 태우신다. 다섯 번째 방문인 이번 방문에는 40명의 이곳 문인들에게 줄 시화를 가져오셨다. 밤 새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 올리며 시를 짓고 쓰시고 색을 입혀 완성하기까지를 생각하면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영광이자 문인들에겐 가문의 영광이기도 할 시인의 시화작품이다.
개인적으론 시인이 오래 간직하시던 친정아버지의 시집을 선뜻 선물로 내게 주셨다. 자손에게 양도하는 것이 더 뜻 깊은 일이라시며. 우리 가족도 몰랐던 아버지의 시를 발굴하셔서 대신 발표도 해주시는 마음을 써 주신다. 암 투병 중이신 한국의 친정어머니껜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주시는 따스한 선생님이시다. 내겐 육친보다 더한 정을 주시는 선생님은 아마도 문학의 울타리에서 만난 인연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듯하다. 그런 선생님을 다시 이곳에서 뵙는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풀꽃의 계절 이 봄에 나태주 선생님을 만나는 설레임이 있다. 서울의 교보문고에는 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고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서로에게 풀꽃이 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알려주신 선생님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소원한다.
이정아 <재미수필문학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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