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6일,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고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언덕에, 고 김하태 박사님 5주기를 맞아 지인들이 모였다. 생을 달관하셨던 그분의 엷은 미소가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말씀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지혜와 사랑으로 생의 매 순간을 긍정하셨던 분, 종교와 삶의 철학을 몸소 보여주셨던 분, 골짜기의 물줄기로 시작해서 굽이굽이 흘러 대양에 이르셨던 분. 많은 분들의 멘토가 되셨던 그분의 91년의 삶을 회고하며 그분 생전의 말씀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빛은 태양에서만 비치는 것이 아니었네 / 생의 순간 순간을 호흡하시며 / 맑은 물로 씻어 주시던 빛이여 / 스스로 반사해서 남을 비추나 / 그늘 안에 머무시던 부드러움이여 / 진정 멋과 미를 품으시고 / 지성과 사랑으로 / 세상을 다 해독하고 이해하시던 / 앞서 가신 선각자여! /// 빛을 따라 가는 길 / 삶은 언제나 현재이기에 / 있는 그대로 / 자연 그대로 / “당신의 모습대로” / 다 보시고 아시고 감싸 안으셨네 / 비록 그 빛은 사라졌지만 /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빛으로 / 시간을 넘어서 / 언제나 오늘에 머무시네/// 푸른 하늘 떠가는 흰 구름이여 / 골짜기를 지나는 솔바람이여 / 일렁이며 흐르는 강물이여 / 들리시나요 / 우리의 애타게 부르는 소리 / 그리운 분이여 / 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빛의 길’ 부분)
돌아오면서 누구나 피치 못하는 죽음에 대해, 생자필멸의 진리에 대해 생각해봤다. 버나드 쇼의 비석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이 써있다. 삶에 취해서 앞으로 닥칠 죽음을 외면하고,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생의 진실을 눈감는다고 해서 화살이 옆으로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삶이나 죽음에 대해서 더 아는 만큼 생의 지혜를 얻게되고 삶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언제인가는 오는 과정이므로 죽음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이해하고 준비함으로써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앞서 이 지구상을 거쳐간 선지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봄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많은 예술인들이 분노하고 저주하며 그들의 예술 혼을 불살랐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작렬하는 폭염의 짧은 생을 살다간 예술가들의 절망에 비해,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다간 헤르만 헤세의 ‘죽음은 삶의 연속’이라는 말은, 우리들에게 위로를 준다.
실존주의의 비조인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파스칼도 하나님을 모르고, 비참한 상황만을 생각하면 절망이 뒤따른다고 하지 않았는가. 인간의 절망이란 신을 상실한 상태이며, 절망에서 탈출하는 길은, 인간이 자기회복의 실존을 찾아가는 길과 신을 믿고 신 앞에 서는 것이라고 한 키에르케고르 자신은 이 세상에 진정한 크리스천은 예수님 한 분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가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시선을 한층 높이어 하나님의 안목으로 이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는데 있다”는 김박사님의 말씀을 다시 음미해 본다.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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