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꽉 막힌 한인 자영업자들 숨통 틔워줘야 하는데...
요즘 화두는 단연 ‘경제’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돌아간다. 뉴욕 최초로 순수한 동포 자본으로 설립된 BNB의 정삼찬 행장, 1986년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한인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어주고 있는 그를 만나 원로 은행가로서의 삶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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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B 정삼찬 행장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웨스트 뉴저지의 산꼭대기 전망 좋은 집에서 새벽 5시 전후면 벌써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5애비뉴 맨하탄 사무실에 도착하면 늦어도 7시 반이다.
도착 후 뉴욕타임스, 월스트릿 저널, 한국신문의 주요 경제기사를 훑어보고 이메일 답신을 한 뒤 공식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그는 20년 이상을 이렇게 하루를 연다. “일상서류 업무를 9시 30분이면 마치고 각종 간부회의를 주관한 후 오후에는 주로 신규 융자신청 업소를 방문하거나 악성대출 관련업소를 현장 점검한다. 최근에는 차압 부동산 건수의 증가로 유래 없던 채권회수 관련업무로 시간을 많이 소모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금융시장 붕괴, 부동산 가격 폭락 등으로 몰아닥친 세계 경제불황으로 은행들은 전례없는 수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장기간의 불황 속에 장사가 안 되고 돈줄이 막힌 한인 소상인은 물론 이들을 도와온 한인은행들의 피해와 손실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누구보다 한인 소상인의 현황을 잘 아는 BNB는 어떨까.
“BNB는 1993년 이후 주로 SBA(미연방 정부보증 중소기업육성) 융자를 집중적으로 취급해오면서 그간 3,000여개 업소에 9억 달러가 넘는 융자실적을 올렸다. 이러한 업적으로 2010년에는 미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미동부 소수계 은행 최초로 특등상(Pinnacle Award)을 수상했다. 그런 영광도 잠시, 예기치 못한 경제불황이 기업도산으로 이어지면서 한인 소규모 동포업체 융자 규모가 만만치 않았던 우리도 손실피해의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힘든 가운데서도 BNB는 지난 3년간 부실 채권 정리에 전력투구 해왔고 그 결과 자본금 잠식이나 추가증자 없이 잘 마무리 하여 금년말이면 부실채권이 말끔히 정리되리라 본다.”정행장은 솔직하게 그동안의 고충과 해결과정을 세세히 설명한다.
그동안 BNB는 SBA 대출강자로서 매년 SBA 뉴욕/뉴저지부 융자실적 부문 금상, 은상, 동상을 빠짐없이 받았고 2009년 회계연도 뉴욕/뉴저지/필라 SBA7(a)론에 탑 50은행을 선정했는데 수백 개의 대·중형 은행을 제치고 자그마한 동포은행 BNB가 1위(1억563만2,700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수많은 한인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그동안 BNB에서 융자 받은 3,000개 업소 중에는 세탁소와 식당이 가장 많고 델리&그로서리, 네일&뷰티샵, 리테일샵 등 수많은 업종에 최소한 1만5,000명이상의 직업을 창출해 한인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의 문제점은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 돈이란 돌고 돌아야 이자 수익이 생겨나고 이러한 수익 창출로 가계나 기업이 윤택해지고 국가 경제가 활발히 돌아가는데 일반 은행들의 금고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돈을 빌리는 고객이 없어진 것이다. “그 원인은 부동산의 침체이다. 부동산 거래 침체와 불확실한 경기 전망 때문에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려는 신규고객이 줄고 기존 사업가들도 투자의욕을 상실했다. 또 이런 와중에 전례없이 엄격한 신규규정으로 융자를 하기 힘든 상태이다. 무엇보다 당면한 은행들의 고민은 시한부
부실채권 정리이다. 그 채권은 거의 파산 부동산이므로 이런 때에 부동산 급매란 은행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은행들은 본래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이다.” 명쾌하게 금융파동이후 상황을 정리하는 정삼찬 행장은 은행가의 터줏대감으로서 한인은행의 흥망사도 한번에 꿰뚫는다.
“한국계 현지법인으로 1983년 소매은행으로 개점한 외환은행 지점을 효시로 1984년 제일은행(매각)과 상업은행(현재 우리아메리카 은행), 이후 조흥은행(신한은행에 흡수)과 중소기업은행(나라은행, 현 BBCN에 매각)이 탄생했다. 순수동포은행으로는 Broadway National Bank(현 BNB)를 필두로 Empire State Bank(폐쇄), Pan Asia Bank(우리아메리카 은행에 매각), Liberty
Bank(윌셔은행에 매각)가 설립됐다.”현재 영업 중인 소매은행은 한국현지법인으로 우리아메리카 은행과 신한은행, 동포은행으로 가장 역사가 긴 BNB, New Bank, Bank Asiana, Noah Bank가 있고 본점이 LA에 있는 윌셔와 최근 합병한 BBCN이 있는 것이다.
BNB는 현재 뉴욕과 뉴저지, 필라(투자 사무소)에 지점을 두고 75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그 사령탑인 정삼찬 행장, 그는 언제부터 은행가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비즈니스맨으로 출발
정삼찬은 1938년 일본 교토 근처 후쿠이(Hukui)에서 4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나 해방후 귀국한 부모와 함께 경상도 울산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의 대한경제원조처(유솜, USOM)과 PX에 수년간 근무하면서 돈을 모아 1966년 미국 유학을 왔다.필라델피아 랏셀대학에서 어카운팅을 전공한 후 3년간 CPA 회사를 거친 후 개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는 뉴저지에 신발, 주얼리, 가방 등을 취급하는 체인점을 차리면서 뉴욕 브로드웨이로 물건을 구입하러 수없이 들락거렸다. 그때 브로드웨이 한인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이들과 저녁이면 술자리를 같이 하다보니 모두 친구가 되었고 지금도 교유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한인상가가 번창해지자 16개 도매업체 대표가 모여 1978년 브로드웨이 상인번영회(후에 뉴욕한인경제인협회)가 결성되었고 은행 융자 받는 것이 힘들자 ‘신용조합을 설립하자’는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이 차제에 정삼찬은 ‘정규은행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그 발단은 그가 미국에 유학 오던 1966년부터 일본에 사는 친형이 그곳 동포은행의 전무이사로서 은행경영을 하는 것을 관심 있게 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1983년 뉴욕경제인협회는 논의 끝에 정삼찬을 은행설립 추진위원장으로 내세웠고 이것이 그가 은행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되었다. 3년간의 준비작업 후 1986년 9월16일 자본금 400만달러로 브로드웨이 내셔널 뱅크가 드디어 맨하탄에서 개업했다.
정삼찬은 17년동안 비즈니스를 하면서 발바닥으로 닦은 경험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비즈니스맨 출신으로서 초대이사장을 거쳐 1993년 행장으로 부임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는 한때 6개월간 LA에 있으면서 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 1개월간 17대의 신차를 팔아치워 자동차 판매실적왕이 된 적도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맨 감각을 타고났다. 정삼찬은 한창 호경기에 다른 은행들이 타주로 지점망을 확대하는 등 공격 경영을 해도 눈 하나 까딱않고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내년 중 여건이 좋아지면 BNB 주식을 나스닥에 상장시킬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그 준비는 끝내놓은 상태이다.”원로은행가로서 그는 SBA 융자가 필요한 자영업자에게 주는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세월이 약이란 말이 있다. 과욕이나 조바심을 가져본들 요즘 이런 불경기때는 스트레스만 쌓일 뿐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급하다고 생각되는 일에서 한발 물러나 건강이나 챙길 때다. 경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조심스레 사업을 해가는 게 상책이다. 기다리다보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돈이 오가는 흐름을 아는 그가 전망하는 앞으로의 경기는 어떨까.
“상업용 건물은 바닥을 쳤지만 임대자가 없고 일반주택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은 것같다.” 고 한다. 경기부진으로 까다로워진 융자 승인 절차는 자영업자에게 한숨만 나오게 하는 요즈음, BNB 뱅크는 보기만 해도 든든한 가마솥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큼직하고 우묵하게 생긴 가마솥은 쉬이 끊어 오르지도, 빨리 식지도 않지만 일단 달궈지면 쉽게 식지 않아 깊고 은근한 맛을 주는 한국의 대표적 솥이다. BNB의 사람 정삼찬도 그런 가마솥 같은 투박하지만 진실된 이미지를 주고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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