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뉴저지 부촌 한가운데 위치한 발디농장

“막 대학을 졸업했을 때 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가 아프다고. 아버지를 도와 농장을 살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35년 전 이야기다. 이후 아예 자리를 잡고 이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마치 중서부 농업 지대에서나 있을 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위의 인터뷰는 중부 뉴저지 대표적 부촌 워렌 타운에 위치한 발디 농장 대표 롭 발디가 한 말이다. 이 발디 농장의 역사는 인근 지역이 텅 비어있던 1904년 108년 전으로 돌아간다. 핀란드에서 이민 온 롭의 할아버지 아브라함 발디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후 현재 3대째 운영을 해오고 있다. 현재 93세인 아버지 필은 아직도 매일 농장 가게에 출근 할 정도로 건강하다. 이 농장 가게는 단순한 농산물 판매소 이상이다. 인근에서 몰려든 다양한 고객층이 특히 눈길을 끈다. 고급 승용차에서 내린 젊은 주부들이 유기농 농산물 세션을 점유한다. 같이 온 귀부인은 농산물에는 관심이 없고 꽃과 화초 세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남루한 차림의 멕시코 이민자들이 떨이 상품 봉지를 카운터에 놓고 EBT 카드를 내밀자 캐시대의 종업원이 익숙한 솜씨로 카드를 긁는다. 이 EBT 카드는 정부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크레딧 카드라고 롭 발디가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 급증하는 멕시코 이민 커뮤니티를 겨냥해 이 푸드 스탬프 카드를 받기 시작했다고 부언했다. 그런가 하면 농산물이나 화초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서너 명의 노인들이 커피잔을 들고 필과 잡담을 나누고 있다. 롭에 따르면 이들 노인들은 매일 소일거리를 찾아 농장에 온다고 한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인근 경노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대화를 건너들은 한 노인은 오히려 자신들이 무료로 이 농장 가게 경비를 서주고 있다고 넉살을 떨기도 했다.

“지난 20-30년간 지역 인구분포가 엄청나게 변했다. 이전의 공동체 정신은 사라졌다. 물론 중산층 이상 잘 사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고급 동네가 된 것은 사실이나 바로 옆에 사는 이웃도 모르는 지경이다. 그래서 과거의 향수를 달래고 인간의 정을 느끼기 위해 우리 농장에 오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80에이커에 달하는 발디 농장은 개발업자들의 끊임없는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3대를 거치면서 이어온 전통을 계속 이어 갈 예정이라고 한다. 8세가 되던 해부터 농장일을 돕기 시작했다는 롭은 과거를 회상하면 “40년 전에는 농장에 말도 있었다. 아침에 젖소 젖을 짜서 직접 마셨고 바로 난 달걀을 베이컨과 함께 먹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냄새나는 농부의 아들이라고 놀림을 당하기 일수였다. 그래서 농사는 절대 짓지 않겠다는 결심 하에 대학을 갔다. 막상 대학 졸업을 하고 아버지가 아파서 집으로 돌아오니 내가 할 일은 농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고해 봐도 내 일생에 가장 올바른 결정을 했던 것 같다. 내 자식들도 이 전통을 이어주었으면 좋겠다.”

발디 농장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주일 내내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주소는 149 Washington Valley Road Warren, NJ 07059로 워렌시 다운타운에서 불과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전화번호는 732-356-4244이고 웹사이트 주소는 www.bardyfarms.co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