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오래 전에 받았던 어느 친구의 청첩장이 문득 떠오른다. ‘와주시면 감사하겠지만 바쁜 일이 있으면 불참하여도 괜찮으나 마음으로 축복해 주시고 참석여부는 꼭 알려주세요. 선물은 일체 사양합니다.’
선남선녀들의 아름다운 결혼식이 그 절정을 치닫는 6월이다. 그러다보니 내 주위에도 결혼식이 많다. 결혼을 하는 가정들은 혼수 준비며 식장예약, 손님초대, 신혼여행 예약 등등 신경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곁에서 보기에도 조급한 마음이 든다.간혹 신랑쪽이나 신부쪽의 가족들이 한국에 있는 경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따로이 예식을 올리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손님 초대 즉 ‘청첩’이란 부분에서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정된 공간에 부모쪽 하객과 자녀쪽 하객의 수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되도록 많은 친구 친지들을 초대하여 축복을 받고자 하는 소박한 바램은 크겠으나 그게 현실에선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나름대로 선별기준을 가지고 손님을 청하긴 해도 나중에 꼭, 누구는 불렀네 누구는 빠졌네 뒷말을 듣게 되어 영 개운치 않은 기분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한 교우께서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바로 이런 어려운 문제 땜에 걱정하는 모습을 봤다. 나는 그분들과 그리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어서 마음으로만 새로운 한 쌍의 부부를 축복하였다. 그러나 식이 끝난 다음 주일에 어느 분으로부터 ‘왜 결혼식에 안 왔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엔 기분이 묘했다.
또한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아들 결혼식에 자신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보내, 가까운 사이가 아닌 사람들은 청첩장을 받고 할 수 없이 참석하면서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는 후일담도 들었다. 청첩장을 너무 남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사실 축하와 축복이 넘쳐야 할 식장이 수많은 하객들로 혼잡을 이루어 예식을 제대로 볼 수도 없고 앉을 자리가 없어 이리저리 밀려 다녔던 적도 여러 번이다.
결혼식은 새로 탄생하는 부부에게 진심으로 덕담을 건네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할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청첩장을 쓰기 전에 하객들이 큰 부담이 없는 범위에서 축의금을 준비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정겨운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아름다운 자리가 진정한 축하와 감사로 채워질 것이다. .
내 아이들이 얼마 안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 한다면, 아마도 나는 그 친구의 간소하고 부담 없으며 명쾌한 청첩을 따라할 것이다. 하객들의 마음을 쾌적하고 편안하게 해줘서, 이제 인생행로를 펼쳐나갈 아들과 딸을 흠뻑 축하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예식이 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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