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몽은/정신과 의사(은퇴)
예전에 한 커뮤니티 시니어 센터에서 가끔 노인들을 상담하곤 했는데 하루는 80초반에 들어선 한 할머니가 밤을 뜬 눈으로 새운다고 잠자는 약을 좀 달라고 하신다.할머니는 젊어서 아들 초청으로 미국에 와서 살림하면서 손자 셋을 키우셨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들, 며느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 그리고 손자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줄 모르고 기쁘게 나날을 보내셨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에 손자들이 장성해서 집을 떠났고, 이제 할머니는 외톨이가 되어버린 심정이다.
아들 부부가 아침 일찍 직장으로 나갔다가 저녁 7~8시가 되어야 돌아오기 때문에 할머니는 종일 절간같이 고요하기만 한 집에서 홀로 지내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종일 누웠다 앉았다 하다가 낮잠을 주무시는데 그러다보니 밤에는 영 잠이 안 온다. 할머니는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어요, 제가 사는 곳이 바로 창살 없는 감옥이지요” 라고 말한다.
할머니의 사정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할머니가 차라리 노인 아파트 같은 곳엘 들어가 사시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데 할머니가 먼저 말씀하신다. 나도 노인 아파트엘 들어가서 살고 싶은데 아들이 말도 못 꺼내게 하지 뭡니까? 하고. 할머니가 일요일이면 아들 내외를 따라 교회엘 가시는데 그 교회에 노인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계셔서 노인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다.
할머니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벼르다가 어느 날 아들에게 나도 노인 아파트엘 들어가면 어떻겠니?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그러자 아들은 할머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를 버럭 내면서 “어머니는 이 좋은 아들 집을 놔두고 어디를 가신다고 그러세요? 아들 불효자 만들고 싶으세요?” 하더라나. 그러면서 아들이 하는 말이 “어머니는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하시지 말고 그저 편안히 계세요.”
아들은 어머니를 한집에서 모시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리고 노인은 그저 몸 편안하게 지내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뭐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몸과 마음이 온통 지치도록 일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몸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구와 말 한마디 나누어 보지 못하면서 종일 홀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삶인지 젊은이들은 모르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노인들이 홀로 외롭게 지내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치매에 걸릴 확률도 더 높다. 그보다도 우선 서로 어울러 떠들고 웃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기분전환이 되는데 할 일이 별로 없는 노인들에게는 더더욱 그런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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