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은 안과 밖의 세상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시원함이 있다. 마음을 보여주는 유리창이 서로를 향하여 열릴 때 사람에 대한 애착을 더 갖게 한다.
유리창이 보편화되기 전에 우리의 문은 창호지로 되어 있었다. 창호지의 단점은 안에서 밖을 볼 수 없고, 밖에서 안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신비의 장막이었다. 그래서 안에서 밖을 보고 싶은 사람은 창호지에 손가락만한 구멍을 내었다. 이는 밖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람이 뚫고 저 사람이 뚫고 해서, 오래 세월 지난 창호지 문은 여기저기서 구멍이 나게 된다.
보기에는 별로 예쁘지 않지만 그런대로 정감이 가게 된다. 창호지의 구멍이 유리창의 깨어진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은 깨어진 것은 붙이기 힘들지만 뚫어진 구멍은 종이로 붙여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관계는 유리창의 관계보다 창호지의 관계일 때 더 멋있다. 한꺼번에 다 보여주기 보다는 조금씩 구멍을 내면서 알아갈 때 더 오래가고, 더 재미있고, 또 문제가 생겨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리창의 관계였다면 창호지의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시금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조금씩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고, 또 내 마음을 조금씩 열어놓고, 그래서 바람도 막고, 서로를 보호해 주는 그런 창호지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많이 아는 것보다는 오래 지켜주는 것이 더 좋다. 한꺼번에 모두 다 보다는 조금씩 오래 가는 신비로움을 즐기는 삶이다.
김범수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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