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센트럴 커네티컷 주립대학교 경제학 명예교수
음력으로 지키시는 어머니의 생신이 금년에는 ‘아버지 날’ 인 6월 17일이었다. 6남매 중 반은 미국에 이민 왔는데 남동생 하나만 못가고 오랜만에 고국에서는 5남매와 가족이 모여 100세가 되신 어머니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였다.
우선 커네티컷에서 JFK공항으로 가는 일. 그간 이곳에서 가까이 있는 브렛드리 공항으로 가서 미국 비행기로 여행했었는데 처음으로 아시아나 항공편을 집사람과 함께 이용하기로 하였다. 도중에서 갈아타지 않아도 뉴욕애서 서울까지 직행이라 편리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에서 JFK공항까지는 택시로 가야하는 것이 번거로웠다. 어쨌든 차편을 아침 8시30분에 예약했는데 기사가 떠나기 하루 전날 확인전화를 해주어 안심이었다.
다음날인 6월13일. 거의 9시가 되어도 택시가 나타나지 않아서 전화를 했더니 “정말 죄송합니다. 깜박했습니다.” 라는 답이다. 조급해졌다. 매일 아침 6시에서 8시까지 라디오 방송을 하는 아들이 ‘혹시’나 하여 일을 마치고 이웃도시의 집으로 가는 길에 우리집을 지나가는 참이었다.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비오는 날 시간에 맞게 공항에 도착하였다.
미국비행기의 승무원은 연령 제한을 못하는 법을 따르기 때문에 젊은이들 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많다. 반면 한국계 승무원은 키가 크고 나이도 젊고 언제나 웃는 얼굴표정으로 정성껏 서비스가 좋다. 이륙과 착륙시에는 짐을 보관하는 머리위의 ‘선반’ 뚜껑을 철저히 점검 하는 것이 믿음직하였다. 첫 식사는 우리나라 독특한 비빔밥. 반찬이나 디저트까지 푸짐하였다. 14시간 이상을 줄곧 우아하고 공손한 태도와, 모두가 동일한 머리스타일의 단정한 용모 등 젊음이 넘치는 봉사에 감사할 뿐이었다.
인천공항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시설이다. 이제는 서울-인천간은 전철, 택시, 버스와 개인 자동차 등 교통이 편리하다. 고속도로는 비행장 내왕에만 전용이기에 혼잡한 느낌은 없다. 다만 여행자 수표를 우리 돈으로 환전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전에는 바로 해주었는데 이제는 수속이 까다로웠다. 마치 위조지폐를 다루듯 한 장 한 장씩 조사하고, 신원까지 확인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래였다. 작년에는 어머니의 ‘백수(白壽)’생신 축하에도 고국에 가서 참가했었다.
한자로 흰 백(白)은 99세를 기념하는 풍속이다. 일 년전에 비해서 기력이 좀 줄어졌고 거동이 불편하신데 기억력은 여전하였다. 금년초 미국에서 전화로 문안 여쭈었는데 그날 바로 “오늘이 너의 생일이 아니냐?”라고 기억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 자신의 건망증과는 달리 지금도 전화번호 등은 우리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았다.
다만 오랫동안 사시라는 인사에 “더 오래 살아서 뭣하나. 빨리 가야지”하는 회답이다. 요새는 80대가 되어야 “노인”이라는 칭호를 사용한다니 필자도 겨우 노인이 된 느낌이다. 옛날에는 회갑을 맞이하시는 어른들을 대하면 “늙으신 분”으로 여겨졌었다. 지금은 식품, 위생, 의학지식과 기술의 발달로 치유에 이어 “예방”을 위주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심장, 신장, 간장 등 내장의 이식까지 통상화가 된 세상이다.
전세계의 추세이지만 산아는 줄어지고 장생하는 인구가 늘어가는 실정이다. 고령화의 증가가 부양받는 인구의 증대와는 반대로 부양을 맡은 인구의 상대적 감소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예산문제도 수반 된다. 경기의 하강과 노령화에 따르는 치매의 증가로 ‘허리를 조이면서’ 살게 되니 경제적, 정치적 심각성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서는 ‘노년학’ 과목이 추가되고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사적, 공적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이 늙은이를 ‘귀차니스트’라고 손가락질을 한다는데 나머지 세 손가락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