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광 <원자력학 박사>
전면 중단된 일본의 원전들 중 작년의 사고기들과는 다른 가압경수로(PWR)형 2기가 막 가동한다. 추가 가동을 위해 중앙정부와 전력회사의 안전성 보완책과 관련 업체, 연구소들의 자구적 노력도 대단하다. 그러나 주민들의 정서가 쉽게 무마될 것 같지도 않고 실제 일본의 지질환경으로는 위험스러운 노후원전도 많아 지난 40년간 지은 55기중 쉬 가동 할 수 있을 원전은 6,7개의 PWR들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전과 엄청난 관련인력의 포기도 어렵지만 사용한-핵연료(SF)의 재처리와 새 연료를 추출하기 위해 투자한 막대한 시설들의 포기도 실로 쉽지는 않다. 특히 이 시설들이 외부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지키는데 막중하다고 여기면 포기는 더 어려워진다. 일본은 일찍이 미국과의 유리한 원자력협정을 맺고 이들 원전에서 나온 SF를 처리하기위해 여러 방법을 실천에 옮겨왔다. 미국처럼 SF를 수조내에서 붕괴열이 낮아지기를 기다려 안정된 지하에 직접처분하려는 방식보다는 유럽처럼 이를 재처리해 연료봉에 새로 생긴 플루토늄(Pu)도 추출하며 페기물도 분리해왔다. 이 Pu을 저농축 우라늄(U)과 혼합된-산화물(MOX)로 만들어 가동하던 경수로의 연료로 다시 쓰며 U의 절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이 MOX연료와 산화자연U을 소위 고속증식로(FBR)에 넣고 전력생산은 물론 Pu의 증산도 하고 연료주기의 고준위 폐기물도 태워 양을 줄이려는 노력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수로의 가동이 대부분 중지되었고 FBR도 계속되는 설계문제와 사고 등으로 가동을 못하는 형편이라 MOX나 Pu을 써야할 곳이 없는 처지다. 문제는 지난 두달간 연이어 황당한 Pu의 증산계획을 발표하며 중단된 재처리 시설을 가동해 연말까지 1/2톤의 Pu을 생산하고 내년부터 FBR의 상업발전도 해 순도높은 Pu를 더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자국민도 국제사회도 의아하게 만드는 이 정책에서 일본의 Pu에 대한 욕심을 잘 읽을 수 있다. 사실 그동안 FBR의 가동이 어려워 Pu이 누적되어 가는 상황에서 국제적 우려를 피하는 수단으로 MOX를 경수로에 사용했지만, 경수로도 거의 없어졌으니 그 불안한 FBR을 들먹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국과 유럽에 비축하고 있는 일본의 가용 Pu의 양은 35톤이나 된다. 전력원으로서 사용할 양만 갖고 잉여 Pu는 갖지 않겠다던 국제사회와의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비핵을 강조하던 평화의 전도사가 언행의 일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핵무장에 대한 길을 열어두니 우려와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웃의 한국은 23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대형 원전국이다. 일본과 같이 핵의 비확산조약에 가입하고 IAEA의 감시도 받고 있지마는 한미협정에 묶여 수조에 쌓여가는 SF를 바라만 보고있다. 좁은 국토에 계속 나올 그 많은 SF을 직접 처분할 곳도 마땅히 없다. 우선 한국이 한 옵션으로 시험하고 있는 ‘건식’ 재처리 방식이라도 잘되면 Pu의 단독 추출은 어려우나 U의 사용양도 고준위 폐기물과 관리기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비핵무장의 실천적 방법이고 보다 합리적인 길이기도 하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 한미협상에는 U의 저농축과 SF의 재처리 활용에 관한한 미일협정과의 차별을 받아서도 안되고 자위권의 차원에서 받을 수도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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