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2차 대전 도중 히틀러가 유태인을 대상으로 자행한 대량 학살 사건이다. 비록 유태인에 대한 대량 학살이라고는 하지만 유태인들은 자신들이 경험했던 민족적 비극을 기억하기 위해 가는 곳마다 박물관을 세우고 후손들에게 가르친 덕분에 홀로코스트는 인류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가 됐다.
실제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웨스트 LA의 ‘관용의 박물관’을 비롯해 미국에만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개 있다.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면 가해자인 독일의 베를린에서부터,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없는 곳이 없다. 유태인이 사는 곳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한인들에게도 홀로코스트 못지않은 아픈 과거가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 slave)로 표현한 ‘위안부’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동원된 여성들이다. 20만명으로 파악되는데 대부분이 조선인 여성이었다.
인류가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데 거부감 없는 이유가 홀로코스트가 특정 민족에 대한 학살을 넘어서 인류의 인권에 대한 학살이기 때문인 것처럼, 위안부 문제는 한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다. 연방 의회가 2007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HR 121)을 통과시키고 미국의 국무장관이 용어 문제를 제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몇 년 전부터 한인사회에 위안부를 추모하기 위한 기림비 제작 운동이 가주한미포럼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자인까지 완성돼 있지만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림비를 세울 만한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임기를 시작한 배무한 LA 한인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위안부 기림비를 LA 한인회관 주차장에 세우겠다는 뜻을 나타났다.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장소이자 가장 많은 한인들이 드나드는 장소일 뿐 아니라 행사가 있을 때면 주류 사회나 타 커뮤니티 주요 인사들도 자주 출입해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배 회장의 이 같은 뜻에 당장 가주한미포럼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이같은 바람은 ‘한미동포재단’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한인사회 공동 재산인 한인회관을 관리하라고 만들어진 한미동포재단이 “왜 남의 건물에 허락도 없이 비석을 세우냐”며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이다. 당장이라도 기림비를 설치한 것만 같던 LA 한인회도 한미동포재단의 딴죽걸기에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위안부 기림비 설치 문제는 한인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과제다. 단체들 사이의 이권 다툼에 밀려 흐지부지될 만한 사안이 결코 아니다. 가뜩이나 김영 이사장과 소수 이사진의 불투명한 재정 집행으로 한인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미동포재단이 기림비 설치에만큼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정대용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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