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입시, 취업, 비즈니스의 경쟁구조에서는 빼어난 성적, 화려한 스펙, 탁월한 제품성능 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남보다 ‘앞서간다, 많다, 크다’ 등 외형적 요소에 의지하는 것은 도태를 자초하는 일이다.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발상으로 기존 상식과 상투적 사고를 파괴하는 생뚱맞은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뜬금없이 꺾어 상대방을 공황상태에 빠뜨리는 무술”이라고 개그콘서트의 김준호는 꺾기도를 소개하고 “반갑습니다람쥐, 안녕하십니까부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뜬금없이 갑작스런 상황을 만들어 새롭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을 뉴욕대 경영대학원 루크 윌리엄스 교수는 ‘Disruptive Thinking’이라고 불렀다. 기존의 생각을 저해ㆍ훼방ㆍ파괴함으로 ‘생각할 수 없는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평화로운 해변에 상어가 나타나 피서객을 공격한다면’이라는 끔찍한 상상이 영화 죠스를 만들었고, ‘고층 건물에 필요한 내부시설(냉난방, 엘리베이터, 전기, 상하수도 파이프)을 건물 밖에 설치한다면’이라는 건축학 기본을 이탈하는 설계로 파리의 퐁피두 센터가 세워졌으며, ‘늦게 비디오를 돌려줘도 연체료를 적용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비영리적 계산이 네트플릭스(Netflix)의 네트인컴을 올렸다.
그렇지만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개 꺾기도와 상반되는 가르침을 답습하고 있다. 여름방학 동안 한국에 나가 SAT 에세이 작성법을 배우고 있는 J군은 이렇게 말했다. “학원에서 에세이 모범 답안을 나눠주고 외우라고 해서 주제별로 외우고 있다. 골치 아프게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서 좋다.”
에세이같이 주관적인 것에 모범 답안이 존재한다고 믿고 읊조린다면 그것은 꺾기도다.
생뚱맞은 경험, 엉뚱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방학이지만 학생들은 그 자유가 낯설다. 이미 오랫동안 교육ㆍ정보ㆍ지식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에 싸여 눈이 있으나 볼 수 없고, 귀가 있으나 들을 수 없게 하는 중독성 마취제에 모든 감각을 내맡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서는 절대적으로 요구하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기술, 즉 대화ㆍ인간관계ㆍ팀워크 같은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나아가 교육이 자아발견의 길을 열어주고, 정의로운 사회를 리드할 인재를 배출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이웃을 형성한다는 국민교육헌장식 입바른 이론에 기만을 당하고 있다.
각별히 심각한 것은“세상은 말하지, 안 될 놈은 안돼… 우리는 말하지… 노력하면 다 되는 세상이야”라는 용감한 녀석들의 힙합에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를 따라 부르면 무엇인가 이루겠지 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것이다.
그럴 시간에 자신의 교육에 관한 이해를 흔들어 보는 게 낫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SAT를 한번만 더…”는 학생을 위한 조언이 아니라 누군가가 짜낸 왜곡된 상술이라면? “AP과목을 많이 택하면…”은 학생의 지식을 넓히려는 조언이 아니라 학교의 랭킹을 올려보려는 욕심이라면?
기만ㆍ상술ㆍ욕심으로 점철된 마취로부터 깨어나는 방법은 있다. 꺾기도식 생각, 전략을 짜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구글이 직원들로 하여금 쓸데없는 백일몽을 꾸도록 자유 시간을 데는 주는 이유가 있다. 꺾기도식 사고방식은 시간을 충분히 낭비한 후 생성되기 때문이다.
<대니얼 홍/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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