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용커스 거주)
언젠가 오래 전에 골프장에서 가장 싫은 것이 오리 똥과 한국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한국에 비해 싼 비용으로 쉽게 골프를 칠 수 있기 때문에 한 국사람들이 너나 나나 골프를 시작하던 때라서, 아직은 골프 예의를 익힐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람들이 골프장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눈에 거슬리는 행동들을 한다는 소리를 가끔 듣곤 했는데, 얼마 전에는 내가 직접 그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Westchester county에는 풍광과 시설이 훌륭한 퍼블릭 골프코스들이 많이 있다. 더구나 특히 이곳에는 골프를 즐기는 한인들이 워낙 많아, 매번 라운딩을 나가면 골프를 즐기러 나온 한인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그 날도 자주 어울리는 분들과 골프라운딩을 나갔는데, 우리의 뒷 썸인 한국분들이 얼마나 바짝바짝 쫒아오는지, 플레이 하기가 조금 불안할 정도였다.
몇 번이나 신호를 주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들끼리 내기를 하는지, 본인들의 플레이에만 열중하는 모습에 무척이나 신경쓰여 하던 차, 아니나 다를까 후반에 들어서서 두 홀이 지날 무렵, 뒤에서 날아온 볼이 함께 치던 지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 그분의 골프백에 맞아 버렸다.
당연히 뒤에서 플레이 하는 분들이 ‘훠’라고 외쳐주어야 했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그대로 치는 것이었다. 그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항의를 하려고 보니 네 분 모두 어느 정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같은 한인들끼리 큰소리 내기가 여간 껄끄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분들은 우리의 항의에 오히려 역정을 내며 우리 플레이가 늦는다고 불평을 쏟아 내었다.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자주 오가며 코스를 정리하는 레인저에게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우리 썸들은 구력이 제법 오래 된 나름대로 씽글 골퍼도 포함되어있는 썸이었는데, 그런 얼토당토않은 불평들을 한다. 볼을 맞을 뻔한 이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이…..이분들이 노인들인데다 지나는 외국인들 눈에 어글리 코리언으로 비춰질까봐, 서둘러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피했다. 그런데 정말이지 그날 느낀 불쾌감은 여러 날이 지나도록 앙금이 남아 가시질 않았었다. 나의 편견인가. 우리가 미국인이었다 해도 그분들이 그러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미안합니다. 다치지 않았어요? 하며 손 한번 들어주면 될 것을 말이다. 예의를 지켜 어른답게 행동한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걸까? 가끔씩 골프장에서 만나는 한인들로부터 같은 한인으로서 불쾌감을 갖는다는 것에 새삼스럽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것이 단지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이긴 해도, 이래서 보통 한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흉보게 되고 피하게 되는구나 했다.
미국이란 나라의 좋은 점을 실컷 즐기기만 하고, 이 나라 문화를 받아드릴 생각은 못할망정,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만이라도 지키는 한국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한국인이 한국인을 흉보는 일이라도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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