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선 <전 커네티컷 한인회장>
콘서트에 다녀왔다. 방송에서는 뉴욕 인근에 토네이도가 온다는 뉴스가 시시각각 흘러나오고, 셀룰러 폰으로도 시간마다 토네이도 경보가 전송되고 있었다. 출발하면서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뉴욕쪽으로 갈수록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콘서트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몇 번을 되돌아 갈까 생각하며 차창을 거세게 때리는 비바람을 뜷고 겨우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궂은 날씨를 핑게 삼아 약속을 취소 했을텐데 지인의 귀한 초대를 뿌리칠 수 없어 마지못해 참석한 자리였다. 그나마 미술 전시회를 겸한 재즈 콘서트라는 색다른 경험을 하리라는 기대감이 있어 참석한 그곳에서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구부터 북적거리는 것도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는 것이었는데, 대부분이 이삽십대의 젊은이들인 점도 참으로 의외였다. 비영리 단체에서 주관하여 소호의 갤러리를 빌려 열린 행사에서는 한편에서는 그림을 전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콘서트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베네핏 콘서트였다.
주최측의 예상을 초과한 성공한 공연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예상인원에 맞지 않는 협소한 장소를 대관한 탓인지, 발 디딜틈 없는 그곳에서의 첫 느낌은 비좁고 더웠으며 답답했다. VIP라고 앞자리로 안내되어 중간에 나설 수가 없으니 손부채로 짜증을 다스리며 음악회가 시작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수선하던 분위기도 음악이 시작되자 정리가 되는듯 싶더니, 후덥지근한 체감온도 속에서 연주자들이 흔들림없이 연주를 이어가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음악속으로 빠져 들었다. 연주자들이 비오듯 흘리는 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적인 연주를 이어 갈수록 내 안에는 부끄러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나누어 필요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 앞에 삼십년 전의 나를 돌아보고 있음이었다. 그 때의 나는 어떠했는지…. 내 작은 재능조차 나를 위해 쓰느라 골몰했던 나의 지난날이 부끄러웠다. 아니 삼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상대적이긴 하나 비교적 안정된 삶을 누리는 내 모습 어디에도 내가 가진 하찮은 재능조차도 나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순수함에 설레었고 늦었지만 나 또한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 입신양명을 꿈꾸고, 그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여서 온전히 나를 쏟아 부었던 지난날… 몇 번을 실패했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자신과 타협했으며, 또 시간이 흘러 자신을 합리화했던 나의 젊은 시절의 꿈은 그렇게 끝났다. 좁은 공간에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젊은이들을 보며 내 어긋난 지난날의 좌표가 부끄러웠던 밤이었다.
공연을 준비하고 안내하는 그들의 가슴위에 꽂힌 파란 리본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들이 꿈꾸는 변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다리는 가난한 이웃들로 가는 길일 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이기적인 세대와 젊은이들을 이어주는 또 다른 연결통로임을 이번 콘서트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또한 “우리의 재능은 가장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는 사명을 가지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누리는 행복을 꿈꾸며, 행복에서 멀어져 있던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함께 누리는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