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종양 20대 요구에 병원측 “환자 의견존중”
▶ 가족들 “약물중독으로 판단 잘못” 거센 반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이성은(가운데)씨와 부모 이만호(오른쪽) 목사와 이진아 사모.
법원 허용 판결...시행직전 가족 항소로 유보
한인사회 교계 중심 존엄사 반대 서명운동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20대 한인여성에 대한 사실상의 ‘존엄사’ 시행(인공호흡기 제거) 문제를 놓고 이를 집행하려는 롱아일랜드 노스쇼어 병원과 저지하려는 환자가족들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한인사회는 물론 미 주류사회에서도 찬반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병원 측이 1일 뉴욕주법원 판결에 의거 가족동의 없이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예정이었으나, 가족들의 긴급 기자회견과 법원이 가족들이 신청한 항소여부에 대한 심리를 수용하면서 일단 시행이 유보된 상태로 향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논란 발단=순복음안디옥교회 이만호 목사의 막내딸인 이성은(28)씨는 지난해 10월 뉴욕마라톤대회 참가하기 위해 운동을 하던 중 쓰러져 MSKCC 병원에 입원,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러닝머신에 오를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던 이씨는 지난 7월 병세가 다시 악화돼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현재의 노스쇼어 병원에 옮겨진 때는 지난달 3일 911신고를 받고 출동한 앰뷸런스에 의해 옮겨지면서부터다.
가족들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노스쇼어 병원에 입원한 다음날 가족들의 동의 없이 일반 중환자실에서 말기환자의 간병을 맡는 완화치료과(Palliative Care) 병동으로 옮겼으며, 이 씨는 이곳에서 ‘스스로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접하게 됐고, 수용했다는 것이다.
■가족 측 주장=이씨의 부친인 이만호 목사는 1일 가족과 교인, 뉴욕한인교협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기자회견에서 “병원측이 정당한 절차 없이 환자에게 존엄사를 유도하고 있다”며 “잦은 약물 투여로 중독이 된 딸아이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큼 인지능력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완화 치료과로 이씨가 옮겨진 후 평소 0.5밀리그램을 투여하던 진통제를 4밀리그램까지 높였고, 투약 간격도 1시간30분~2시간으로 급격히 줄였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약물 중독으로 우울증이 악화됐고,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이 목사는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퇴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병원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병원 측의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병원측 주장=병원측은 18세 이상 성인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인공호흡기 제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주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40여개 주와 함께 환자의 동의하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방식의 제한적인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날 이 씨의 병실에서 본보와 만난 의사는 당시 답변을 거부했지만 이후 병원측은 본보에 보내온 공식 서한에서 “병원은 생명을 포기하거나 지키려는 문제에 대해서는 환자의 결정을 존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 힘든 줄은 알지만 환자의 권리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소송 과정=병원 측이 처음 이씨의 인공호흡기를 떼기로 한 날은 지난달 24일. 이 소식을 하루 전날 전해들은 가족들은 당장 낫소카운티 법원에 ‘집행 정지’를 요청했고 법원이 25일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뗄 수 없다”며 보호자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3일 후인 지난달 28일 법원은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다”며 종전 결정을 번복했다. 이에 보호자측은 즉시 항소를 신청한 후 1일 기자회견을 열었고, 법원이 일단 항소신청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심리를 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만약 이르면 하루 이틀 내에 있을 항소 수용 여부 결정에서 기각될 경우 병원은 사실상의 존엄사 시행을 하게 된다.
■한인사회 반응=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한인교협 소속 교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30일 긴급 ‘이씨 살리기 운동’이 전개돼 하루 만에 청원서 약 2,000여건이 모였다. 가족 측은 “조만간 페이스북(SaveGraceSungEunLee)을 통해서도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한인 사회의 많은 관심과 참여,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로리 랭크맨 연방하원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족과 이씨의 의견 모두 존중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함지하 기자>
■ 존엄사란.. .
의학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를 약물투여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고, 호흡기를 떼어 내 자연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오레건과 워싱턴주에서만 공식적으로 허용됐지만, 뉴욕을 포함한 나머지 40개 주에서도 환자의 의견에 따라 호흡기를 뗄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찬성하는 쪽에선 인간으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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