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 중에서도 LA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지만 이들이 LA에 와서 하는 얘기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인들은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느니 ‘함흥차사’라느니 하는 말로 그런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했지만, 국회의원들이 LA에 올 때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치인들의 ‘사탕발림’에 혹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LA를 방문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들을 대하는 한인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접받고 폼 잡는 국회의원의 모습은 사라졌고 한인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재외국민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곤 의원은 지난 8월 초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LA를 방문, 한인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에 귀를 세우더니, 귀국 후 재외국민들의 유권자 등록을 이메일로도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본회의까지 통과시켰고 한인들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신문과 방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새누리당의 재외국민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원유철 의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8월 말 LA를 다녀간 의원은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의 동영상 인사말을 녹화해서 갖고 왔을 뿐 아니라 귀국 하자마자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65세에서 55세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원 의원은 이와 함께 유학생들도 한국 내 대학생들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이 모두가 LA에서 한인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한 결과물들이다.
새누리당의 원내부대표인 손인춘 의원은 지난 1일 LA에 와 가진 한인 간담회에서 내내 새누리당에 건의할 재외국민 관련 정책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거듭 부탁하며 박근혜 후보에게 꼭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과거 LA를 방문하면 시국강연회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한국 정치 상황을 설명하던 모습에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손 의원이 LA를 방문한 것도 4일부터 시작하는 ‘제39회 LA 한인축제’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축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재외국민이 대선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볼 수 없을 장면이다. 국회의원들이 한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재외국민 정책이 변화되는 건 누가 뭐래도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과 정권의 생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2일부터 이메일을 통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가능해졌다. 어디에 있든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재외선거 등록을 할 수 있다. 이제 등록에 있어서만큼은 변명거리를 댈 수 없게 됐다. 민주주의에 있어 투표는 곧 힘이며 이런 상식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이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에 하지” 하는 순간 마감일(20일)은 훌쩍 지나 있을지도 모른다.
<정대용 사회부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