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전을 열어보니 List 라는 단어를 목록, 명단, 일람표, 또 그냥 리스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고 밋밋한 단어가 언론 지상이나 구설수 레이더에 뜨고 나면 그 뉘앙스가 달라지는 것 같다. 흥미진진한 리스트가 되는가 하면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죽음의 리스트도 될 수가 있다.
살생부.
우리 조상들이 조선 때부터 쓰고 있던 살생부도 결국 리스트다.
이 List 가 또 한 번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1990년대 할리우드 마담 Heidi Fleiss 스캔들 같은 메가톤 급은 아니지만 미국 동북부 Maine 주의 아주 작은 해안에 위치한 Kennebunk 라는 인구 1만여 명 도시가 이 List 에 의해서 사회 전체가 마비가 된 듯 한 분위기라고 한다.
인류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직종이라는 이 ‘불법행위’ 에 가담한 지목을 받고 있는 고객들의 List 가 150명이 넘는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이 조용한 시골 동네가 미국 전체의 뉴스의 초점을 받으며 부각된 거다.
제1차 명단 21명이 발표 되면서부터 혼란은 시작 되었다. 나이와 직업과 주소가 없이 이름만 발표하는 과정에서 초래한 부작용이었다. 단순이 이름만이 같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오를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당장 현실이 되었다. 동내 셰리프 의 이름이 나왔지만 곧 동명이인 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러자 판사는 나이와 주소도 같이 발표해도 된다는 추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는 첫 번째 알려진 ‘희생자’ 를 만들었다. 동네 고등학교 하키 선수단 코치가 개인사정으로 그 직책을 사임했다.
이 명단에 들어있는 의심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피말리는 기다림이라고 한다. 유명한 변호사, 잘 나가는 사업가, 운동선수 등등이 리스트에 있다는 소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표가 한꺼번에 있는 게 아니라 법원 출두 명령과 함께 판사의 지령에 따라서 나오기 때문에 어쩌면 내년 봄 아니 여름 까지 기다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다. “뭐 자동차 티켓 받고 벌금 돈 내는 정도 아니겠어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동네의 한 미장원 주인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 리스트 속에 나의 남편 이름이 들어있다면 얘기가 달라 지지요.” 정확한 표현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웃 동네에서 이주해온 29살 Alexis Wright 라는 줌바 댄스 강사가 Fitness Studio 를 열면서 시작 되었다. Zumba Dance 의 인기와 함께 조용히 운영되는가 했는데 언제부터 인지 이상한 소문이 나돌아 경찰이 수사를 함으로서 사건이 노출된 거다. 더구나 이 아줌마는 공모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작업 현장을 동영상에 수록해 놓았다고 한다. 결국 포르노 작품 150여 편을 만든 셈이다.
이어서 이 아줌마의 배경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처음 비즈니스를 열 때인 26살 앳된 모습으로의 인터뷰에서는 싱글맘 으로 등장했다. 생존경쟁에 허덕이는 연 수입 6천불의 가련한 여인으로 정부 보조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알려졌었지만 그는 이미 인터넷 상 포르노 활동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이중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여기에 휘말리면서 남자들이 걸린 거다. 참 희한한 불법행위이다. 너무나 단순한 일인데 너무나 신기하게 세간의 이목을 빼앗는다. 그리고...
참 남자들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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