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아들네 집을 방문했다. 아들 부부는 3학년짜리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두고 있다. 매일 네 식구가 모두 한 차로 나가기 때문에 아침이면 전쟁이 따로 없다.
며느리는 6시30분에 기상하여 출근 준비를 한 후 부엌으로 와서 두 아이의 점심도시락을 준비하고 아들은 6시45분에 기상해 손녀를 씻겨 옷을 입히고 아침식사를 준비해 먹인다. 손자는 6시50분에 일어나 전날 밤에 준비해둔 옷을 입고 부엌으로 와서 직접 빵을 토스터에 넣고 우유를 따르고 시리얼에 바나나를 곁들여 먹고는 접시를 설거지통에 넣는다.
어린 사내아이가 혼자서 식사를 하고 치우는 것이 놀라워 내가 물으니 요리 클래스를 수강한 덕분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아침마다 이것저것을 요구하던 아이가 이제는 직접 냉장고를 열고 먹을거리를 찾아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먹을 분량만 챙기기 때문에 버리는 음식도 줄었다며 유치원생 딸도 3학년이 되면 꼭 그 클래스에 보내겠다고 며느리가 말했다.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클래스에서는 식탁 매너, 오븐 사용법, 도마 칼 사용법, 마켓에서 식품 고르기, 냉장고 사용법, 아침식사 해 먹기 등을 가르친다고 한다.
미국이 암기식이 아닌 실용적인 교육을 한다는 것은 알았어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런 클래스를 제공한다는 데 새삼 놀랐다.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가위질을 유치원 수공시간에 처음 했고 칼로 무엇을 써는 것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덜덜 떨며 했다. 정식으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 눈치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중에 시집가서도 호박, 감자, 파, 무우를 바로 썰지 못했다.
손자를 보며 새삼 느꼈다. 배움은 어릴수록 좋고 실용적인 배움으로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의 남편들을 위해서도 이런 클래스가 있다면 좋겠다. 냉장고 안의 음식도 꺼내지 못하고 배가 고파도 꿈쩍 않는 그 할아버지들에게 꼭 필요한 클래스이다.
<박희경/몬테리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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