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태생부터가 ‘자치주들의 연합’(United States)인 미국은 일선 치안 시스템 역시 지방 분권이 잘 이뤄진 나라다. 연방 수사기관을 제외하고 각 주와 시, 카운티마다 대표 치안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 남가주의 치안기관을 대표하는 것은 LA경찰국(LAPD)과 LA카운티 셰리프국이다.
LA시 전담 경찰인 LAPD의 규모는 웬만한 대규모 카운티의 셰리프국을 능가한다. LAPD에는 본부를 제외하고도 21개 경찰서와 4개의 교통경찰본부에 약 1만4,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이 중 현역 경관만 1만여 명에 달한다. LA시 일부 및 LA 카운티 전역을 담당하는 카운티 셰리프국 역시 직원만 2만여 명이며, 23개 지부에서 수십여 도시의 치안을 책임진다.
이 두 기관은 매년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왔지만 올 들어 변화가 생겼다. 지난 3~5년 간 LA시 및 LA카운티에서는 꾸준히 강력 범죄가 감소해 왔는데 올들어 대부분의 강력 범죄가 그간의 감소세를 끝내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LA한인타운에서는 지난해 10월까지 4건에 불과했던 살인사건이 올해 같은 기간 동안 두 배가 넘는 13건이 보고되는 등 전년대비 강력범죄가 급증했다. 셰리프국은 한동안 “다른 범죄는 증가했지만 살인 사건은 감소했다”며 “범죄에 연루돼 목숨을 잃을 확률이 줄었다”는 궤변 아닌 궤변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젠 그렇게 말하기도 힘들게 됐다.
통계수치상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실제 범죄가 많이 늘어났을 가능성이고, 둘째는 기존에 존재하던 범죄에 대한 검거율이나 신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만약 LA 지역의 상태가 후자라면 더 나은 치안상태를 만드는 과도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두 치안 기관의 범죄 증가 이유는 앞선 두 이유보다는 ‘예산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LA지역 수사관들이 최근 들어 자주 언급하는 말들 중에는 ‘연쇄’(serial)와 ‘동일범’(same suspect)이 있다. 즉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들이 검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는 범인이 악질인 탓도 있겠지만, 재빨리 용의자를 잡지 못하는데 그 문제가 있다. 경제위기부터 시작된 지속적 예산 삭감 이후 각 치안 당국이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심야시간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크게 줄었으며, 범죄자 검거 시 헬기 등 고가의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능력도 크게 줄었다. 당연히 범죄자의 조기 검거 비율도 줄었고, 경찰에게 잡히지 않은 범죄자가 또다시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 LAPD는 LA 시정부의 등쌀에 못 이겨 행정직 160명의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감원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근무는 기존 근무 경관들의 업무 부담으로 대체한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실제 치안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경관들의 숫자는 또 한 번 크게 줄어들게 된다. 2012년의 범죄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고질병이 될 조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허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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