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 라는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전부터 해내려오던 전례가 관습으로 굳어진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비슷한 말로는 관습, 버릇, 습관 이 있다고 쓰여 있다. 이번에는 ‘관행’ 을 보았다. ‘오래 전부터 해 내려온 대로 함’ 그리고 상습, 관습, 버릇 등등이 비슷한 말이라 쓰여 있다. 결국 관행과 관례는 이웃사촌보다 훨씬 가까운 DNA를 공유하고 있다.
요즘 관행과 관례라는 단어가 대한민국 언론 지상에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회의 어떤 높으신 양반이 동료 의원들에게 촌지 한두 개씩 돌린 게 문제가 되자 그건 옛날부터 내려온 관행이고 그 높으신 양반은 오로지 그 관행에 따랐을 뿐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 높으신 양반은 그 후 별로 언론지상에 오르지 않는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그 무서운 국정 감사당시로 기억난다. 관행으로 매년 하는 이 국정을 감사받는 공무원들이 낮에 자신들을 ‘문초’ 한 높으신 암행어사 같은 양반들을 저녁에 가서는 거나하게 대접하다가 불란서 북부와 이태리 남부에서 자라고 있는 그 유명한 흑/백 버섯을 찾아내는 돼지코 만큼은 예민하지 못하지만 꽤나 쓸 만한 후각을 소유한 기자들에 의해 발각이 되자 얻어먹는 양반들이나 떠받치는 아랫것들 변명 역시 ‘관행’ 이었다.
어떤 사람이 집을 사고팔고 하면서 실제 가격보다 싸게 등록한 게 지상에 떠오르자 그것도 관행. 이 관행을 씀으로 세금을 줄이는 것도 아니었다고 하는데 왜 이런 관행을 썼는지는 모른겠다만... 남들이 다 하는 거니까 기분삼아 하는 건지도 모른다. 못하면 그게 바로 바보이니까...?
좌우간 관행이라는 단어가 쓰인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만 더 쓰자면, 서울에 있는 대한민국 최고 1등/엘리트 모 S대학 교수들이 얼마 전 여성 석사/박사 후보자들에게 성희롱 비슷한 뭔가를 하고 애들도 돌보게 하고 어쩌고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에 뒤따라온 각종 기사들에 의하면 학생들은 교수들의 논문도 대신 쓰게 강요를 당했다던가 또는 자신들의 논문까지 아예 가로채기를 당했다는 설문조사 응답이 있었다. 또 교수의 빈집에 가서 개밥을 주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르락내리락 했었는데 이 모든 게 ‘관행’ 이라는 해석으로 유야무야 해졌다.
바로 이 대학에서 누구의 논문이 어쩌고저쩌고 하자 그것도 관행. 결국 대한민국의 다른 대학들도 분명 이런 관행들의 일, 이, 삼사촌 정도쯤 될 터이니 세계 대학 등급 순위 매김에서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최소한 2백등급씩은 내려가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어설픈 중론도 있다.
그리고 보니 대한민국의 범죄수사 과정도 관행에 빠진 것 같다. 그 경로를 보자면, 우선 사건이 터진다. 단 이 ‘사건’ 의 주연들은 정치적 거물이던가 재계 최고위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시나리오의 진행경위를 보면, 먼저 주인공 측근의 운전기사나 비서 또는 심복 변호사 등등 아주 가까웠던 내부의 고발에서 시작한다. 절대 아니라는 성명이 나온다. 출국금지령이 떨어진다. 검찰출두가 따른다.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그 후 한동안 검찰이 수사 내용을 조금씩 누설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살핀다. 결론이 난다. 끝!
그런데 대한민국 수사망은 참으로 신기한 망(그물)이다. 어떻게 교묘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큰 고기는 잘도 빠져나가고 피라미들만 척척 걸린다. 법을 떠나서 물리학적으로도 도저히 불가능한 게 가능해지는 대한민국만의 법조망(그물) 이다.
또 하나의 불가사의한 ‘관행’ 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정권 말기에 어김없이 일어나는 대한민국 대통령 가족 비리.
그러고 보니 이 관행이라는 단어는 참 단순하고 별로 섹시하지도 않은 단어인데 2012년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원래의 뜻과는 좀 멀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미 가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2012년 사용된 모든 단어 중 가장 무서운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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