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또 다시 단일화 얘기를 해야 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아니 한심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모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2012년의 단일화 논쟁은 1987년에서 시계가 멈춘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었다. 기형적이고 후진적인 단일화 얘기는 제발 2017년에는 더 이상 하지 말자.
문-안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던 지난주까지 인터넷에선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양념-프라이드 치킨 패러디다. 문이 양념으로 하자고 했더니 안은 프라이드로 하자고 받았다. 다시 문은 절충안으로 ‘양념 반 프라이드 반으로 하자’고 했다. 이에 안이 ‘간장 반 프라이드 반으로 하자’고 역제안했다는 것. 이어 문이 ‘양념으로만 시킬 수밖에 없다’ 고 최후통첩을 하자 안 역시 ‘프라이드로만 하겠다‘고 맞받았다. 이번엔 답답증에 인내심이 폭발한 시민단체가 나섰다. ‘간장 치킨으로 합시다.’ 그러자 문이 다시 ‘그럼 양념이랑 간장, 당신들이 원하는 프라이드랑 모두 꺼내놓고 재협상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 패러디는 박근혜 후보가 ‘두 후보는 치킨에 대한 권력투쟁을 중단하라’고 공격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문-안의 단일화 기싸움은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투영됐다. 문-안 단일화를 원치 않았든지, 원했든지 문-안이 보여준 단일화 협상이 그랬다. 그렇다고 비꼬며 냉소만 할 필요는 없다. 애시 당초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으니까.
단일화가 ‘누가 더 마음을 비웠고, 누가 더 착하고 도덕적인가’를 겨뤄 양보를 읍소하는 시합은 아니지 않는가. 문-안 두 사람을 탓할 문제가 아니었다. 제도의 문제였다.
역대 단일화 협상이 아름다웠던 적이 있던가. 1987년 YS와 DJ의 단일화 결렬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았고, 1997년 DJP 협상은 기형적인 동거(cohabitation) 정부를 만들어냈다. 선거 당일 파기됐던 2002년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는 차라리 코미디에 가까웠다. 2012년도 다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문이 단일 후보가 됐지만 그 휴유증은 예상하기 쉽지 않다.
2017년 또 다시 치킨 논쟁을 피하려면 결선투표 도입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결선 투표제가 있었다면 더 이상 머리 아프지 않아도 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비토 하는 후보도 집권하는 현 제도는 민주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국민이 투표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결선투표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득표자가 없을 때는 상위 1,2위가 결선투표로 당선자를 결정해야 민심이 반영된다. 여론조사가 대통령 후보 선출 방법이 될 수는 없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모두 결선투표를 거치는 프랑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프가니스탄, 짐바브웨, 동티모르도 시행하고 있는 대선 결선투표만이라도 도입을 검토해볼만 하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폴랜드,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32개 나라가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 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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