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멜리나 메리쿠리(Melina Mercouri)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페드라(Phaedra)를 다시 보았다. 까마득한 옛날에 보았을 법한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보다도 음악의 멜로디가 더욱 기억이 나곤 했다.
특히 마지막에 ‘페드라’’페드라’하고 그녀의 이름을 절규하듯 외치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장면과 함께 들려 나오는 바로크의 거장,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의 멜로디가 무척이나 강렬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이 영화의 줄거리는 그리스의 신화에서 나왔다. 옛날 그리스의 아테네에 테네우스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와 결혼하여 아들 히폴리투스를 가진다. 그러나 아내가 죽자 테네우스 왕은 크레타의 왕의 딸인 페드라와 결혼을 하게 된다.
페드라는 아테네에 도착을 하여 전 처의 아들인 히폴리투스를 만나자 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아름다운 청년 히폴리투스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페드라는 노력을 하나 그는 불륜의 사랑을 거부한다. 견딜수 없는 질투심과 막을 수 없는 욕망에 눈이 멀은 페드라는 바다의 신 포세이톤에게 복수를 부탁하게 되고 포세이돈은 히폴리투스를 죽게 만든다는 슬픈 신화이다.
이 신화를 바탕으로 ‘일요일은 참으세요’로 이미 유명해진 명장 다신(Jules Dassin )감독이 두 번째의 아름다운 아내 멜리나 메르쿠리(페드라 역)로 부터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1962년에 개봉하였다.
영화의 내용은 그리스 선박왕의 딸인 페드라는 역시 그리스 해운업계의 새로운 실력자이며 야망의 남자 타노스와 결혼하여 부을 누리고 살지만 항상 바쁘기만 한 남편 때문에 늘 외롭다.
타노스에게는 영국 여자인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 알렉시스가 있는데 그는 아름답고 패기와 반항의 기질이 있는 젊은 청년이다. 외로운 페드라는 알렉시스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하며 둘은 잠시 금기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젊은 남자의 청순한 용모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천진스러움에 매료된 페드라는 그를 계속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빠지며 정략적인 결혼을 앞둔 알렉시스 에게 끝없는 질투를 느낀다.
자신의 욕망과 질투를 통제하지 못한 페드라는 그녀의 남편인 타노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화가 난 타노스는 아들을 구타하고 저주하며 쫒아내고야 만다. 절망과 고통을 이기지 못한 알렉시스는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다 트럭을 피하지 못하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는 비극적인 줄거리이다.
이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세바스찬 바하의 파이프 오르간 음악(Toccata and Fugue in F Major)이 웅장하게 울려 펴지면서 미친듯이 훼드라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인데 미키스 테오도라카스의 음악과 멜리나 메리쿠스의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저 편에 자리잡고 있는 본성의 약한 면을 부각시키면서 3박자를 완벽하게 재현하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이루지 못할 사랑과 그 사이에 갈등하는 나약한 심리는 언제고 그림자처럼 같이 동행을 하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 다 가진자라도 근원적인 외로움은 원형 의식처럼 늘 깔려있기도 하고 그 외로움은 때로는 모든 이성을 마비시킬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데카르트(Rene Descartes)가 “나는 사고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하였지만 인간이 과연 생각하고 사고하는 이성적인 부분만 있어서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의식 이전에 무의식이 존재하고 감성이 때로는 이성을 누르면서 갈등하고 흔들리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리라.
어떤 사람들은 그 외로움과 이성적 의지를 넘어선 리비도적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예술로 승화하여 불멸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가끔은 미친듯이 외로워지는것이 인간의 삶이라면, 그래서 불멸의 작품 소리를 듣지 못할 지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시켜주는 예술로 전환이 될 수 있다면 가끔은 죽을듯이 고독해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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