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썬! 하이썬! 두유 노우 데어 라 쏘 매니 양구 핸싸무 강꼬꾸 젠틀맨 인 타운? ‘
‘아이 돈 노우.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때 그 시절, 몬트레이 바닷가 어느 식당의 바- 에서 함께 일하던 웨이트레스 한명이 호들갑스럽게 말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다른 웨이트레스들도 우르르 몰려온다. 훳쓰 고잉 온 히어? 나닝아 해프닝 데스까?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전부 일본 여자들이다. 어느 날 오후 6시경 이였다, 막 일하려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그때는 금 토 일 이렇게 3일 밤을 일해서 학교 등록금 내고 모든 생활비를 전부 내고도 저축을 하던 시절이었다.
일본 여자들이 말하는 젊은 한국의 미남들이란 박정희 대통령의 몬트레이 방문을 앞두고 이곳에 파견된 청와대 경호실 선발대원들 이었다. 말끔하고 짤막하게 깎은 머리에 몸에 꽉 맞는 주로 검정색 정장의 젊은이들의 대거 출현은 정에 그리웠던 젊은 일본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것 같다. 수다를 한참 떨던 그 누군가가 한마디 한다. ‘하이썬 네가 어떻게 좀 수소문해서 한명 소개해 달라,’ 고......
‘뭐야, 이것들? 앞에다 하나 멀쩡히 놔두고?’ 자존심 상하게…….
그 당시 MPC (Monterey Peninsula College) 에는 7명의 한국 학생들이 있었다. 남자 다섯, 여자 둘. 그 중 남자 셋과 여자 하나는 영주권자, 남자 둘과 여자 하나는 유학생 비자. 때문에 이 유학파 세 사람은 상항 영사관과 여권 기간 연장 때문만 으로도 연락이 많았다.
‘이 여권을 우리 보고 연장해 달라고?’
‘네.’
‘누구 모가지 보고 싶어서? 여기 쓰여 있잖아? 이 여권은 우리 권한 밖이라고...... 장관 도장이 콱 박혀 있잖아? 뭘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이양반이 우리 직속 보스라고요.’
‘그런데 여기 보시다 시피 뉴욕에서 이미 두 번 연장해 주지 않았어요?’
‘그럼 거기 가서 또 해달라고 해요. 우리는 이거 못해줘.’
상항 총영사관과의 첫 번째 상견례가 이랬다.
‘두고 가요. 회의를 하던가. 서울로 문의를 하던가 해서 알려 줄 테니,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사람 좋아 보이는 영사관 직원이 희망을 준다.
‘서울은 제발 하시지 말고 문의를 하시겠으면 워싱턴으로 해주세요.’
‘워싱턴에 빽 있나?’
‘네.’
‘누구?’
‘대사관요.’
‘대사관?’
머리가 땅에 닿으라고 절을 하고 나왔다. 얼마가 지나서 여권이 왔다 2년 연장!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훗날 ‘시말서’ 라는 단어를 체험시켜 주었다.
‘그날 스탠바이 하고 있어.’
‘네’
그 일이 있은 후 아주 친해진 영사관 그분의 명령이었다.
그날이란 대통령 방문 날이다. 심부름 할게 있을지 모르니 대기 하라는 엄명 이었고 그 스탠바이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페블비치 안에 있는 Del Monte Lodge에서의 저녁 식탁 준비에 김치를 게을리 했다는 걸 뒤 늦게 발견 한거다. 김치 없이는 단 한 끼도 식사를 못하시는 분이 거기에 계시다는 거다. 모가지는 여기가 더 급할 듯 했다. 연락을 받은 시각은 오후 4시. 배달 시간은 늦어도 5시 반. 초비상!
김치 얻어먹은 집 아줌마 얼굴들을 하나하나 연상하면서 가장 깔끔하고 맛이 좋았다고 생각 되는 집부터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구했다!
한 병을 싸들고 페블비치 입구로 향하는 언덕길로 달린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는데 무언가가 이상하다. 뒤에서 쫓아오는 순찰차의 빤짝이는 불빛을 전혀 느끼지를 못한 거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아는 순경이었다. 밤늦게 순찰하다 가끔 내가 일하던 식당에 들려 커피 한두 잔을 하고 가던 순경이었다. 때로는 실수로 위스키 한 두 방울 살짝 커피 잔에 떨어 트려도 서로가 눈을 감아주던 아주 친한 순경.
‘Follow Me!’
설명을 들은 그가 불을 반짝이며 앞선다. 생전 처음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를 몬다. 덕분에 시간 맞추어 배달을 끝낸다. 그것이 수랏상에 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치작전 만큼은 성공!
얼마 후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두 개의 만년필이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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