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에베소로 들어갑니다. 지중해가 에게해와 만나는 해안 길을 돌아갑니다. 사도 바울이 3년 동안 머물며 선교 교회를 세웠던 곳이요, 사도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말년을 머물렀던 곳입니다. 아! 에베소성이 성경속에서 걸어나와 나를 친히 맞아줍니다.
약 2천년전, 기독교가 막 전파되던 시절, 바울과 요한이 복음의 거점으로 삼았던 이 항구는 로마, 안디옥, 알렉산드리아 등과 함께 로마 제국의 4대 도시에 속한 곳입니다. 상업과 학문, 예술의 중심지로 한때 인구가 25만이나 되는 이곳엔 세계 7대 불가사이라는 아데미 신전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리고 신전을 중심으로 우상숭배와 음행의 도시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친구여, 이런 설명을 들으면 에베소는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나 인천항같은 세속도시들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아데미 신의 세력이 절대적이어서 사도 바울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했겠지요.
사도행전 18, 19장을 보면 이런 바울에게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 하여 날이 갈수록 에베소에서 예수의 이름이 높임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곳 마술사들이 회개하여 오만권이나 되는 책들을 불사르고, 그리스도의 말씀이 흥왕하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그 덕분에 에베소교회는 요한계시록에 나온 7교회 가운데 하늘의 칭찬과 책망을 함께 받았습니다. 칭찬은 주의 이름을 믿고 인내한 점, 책망은 결국 예수님에 대한 “첫사랑”을 버린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지요.
에베소교회의 믿음은 바울의 담대한 가르침에 기인함에 틀림없습니다. 한 예로 바울은 당시 에베소의 경제 실권층이었던 아데미 신전 은장색들에게 우상을 만든다고 거침없이 질타합니다. 진리 앞에서 타협하지 않았던 그는 실세들의 미움을 받아 추방되고 말지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놀라웠던 것은 에베소가 얼마 전까지 땅속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에베소의 역사는 성경 기록대로 한치의 오차도 없는데 매몰됐던 에베소는 오랫동안 물증이 없는 한갓 전설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1863년 영국인 우드(J.T. Wood)가 처음 고고학적 발굴을 한 후, 수십년 만에 에베소 구시가의 전모가 모두 밝혀지게 된 것이지요.
벗이여, 그 옛 에베소의 시가를 걸어내려갑니다. 헤라클레스 문에서 셀수스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대리석포장이 된 시가는 마치 영화 세트장 같습니다. 곳곳에 공동목욕탕과 분수와 신전들의 기둥들이 서 있습니다. 수세식 화장실과 홍등가의 흥미로운 유적들도 있습니다. 또한 만 이천권을 소장됐다는 셀수스 도서관은 지금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건축물입니다.
우리 일행은 3개의 단으로 된 대극장으로 들어섰습니다.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원형의 큰 노천극장입니다. 공명이 잘 되어 한 곡조 뽑는 이도 있슴니다. 그런데 내귀에는 이 곳에서 기독교리를 강론하며, 이방인들과 열띤 논쟁을 벌이던 사도 바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벗이여, 나는 맨 꼭대기 계단까지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일곱교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형도 아시다시피, 계시록의 일곱교회는 당대 지역적인 교회의 의미보다는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비하는 교회의 모델이며 오직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를 성취해 가는 과정의 예견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친구여, 그런데 그 교회의 첫 열매였던 예배소엔 지금 이슬람의 성전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바울이 에베소 교인들에게 “내가 삼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하던 것으로 기억하라’ 하셨는데 그 에베소 교회가 그 “첫 사랑”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근처 모스크에서 코란 독경소리가 스피커로 크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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