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피드로 엔젤레스 게이트팍은 ‘우정의 종각 공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한인 정서상 ‘명당’임을 직감하게 한다. 우정의 종각은 1976년 7월4일,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한국 정부가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미국 정부에 선물한 양국간 우의의 상징이다. 해외 최대 한인사회라 불리는 남가주 한인들도 이역만리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우정의 종각을 자주 찾는다.
이후 지난 37년 동안 단청이 바래고 서까래가 떨어져나간 우정의 종각이 올해 새 옷을 입게 된다. 지난 8일 신연성 LA 총영사는 우정의 종각 표면 보수 작업 및 부식 방지, 단청 재단장 등 전면 보수작업을 위한 예산 3억원(27만5,000달러)을 한국 정부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정의 종각 보존사업에 무관심했던 한국 정부가 나서서 예산 지원을 해주겠다니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우정의 종각 보수를 위한 예산이 책정된 과정의 전후사정을 취재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간 지원에 미온적이었던 한국 정부가 갑자기 상당한 예산을 선뜻 내준 점이 다소 의외였다. 작년 10월 본보가 우정의 종각이 조류 배설물로 범벅이 돼 방치돼 있는 현장을 고발 보도했을 당시만 해도 LA 총영사관 측은 우정의 종각의 관리 책임이 미국 측, 구체적으로는 LA 시정부에 있다고 못 박고 나섰고, 한국 정부도 지난 2011년 종 고리 교체 비용(5만5,000달러) 지원 이후 전면 보수비용 지원은 난색을 표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난해 대선 이후 돌변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갑자기 우정의 종각 보수비용 예산 3억원이 급조된 것이다. 관련 예산 송금도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한국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에 선물한 우정의 종각을 챙기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내 공무원들이 새로운 권력을 알아서 모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정의 종각에 대한 전면 보수가 이뤄지게 된 것은 환영하지만 그 예산 책정 과정의 모양새가 영 우습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LA 한인사회 내 일부 인사들의 행태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는 우정의 종 보존 위원회 관련 일부 인사들만 우정의 종에 관심을 두어왔을 뿐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작품인 우정의 종각이 상징성과 중요성을 띄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평소에 우정의 종각 관리 보존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인사들이 느닷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일부는 우정의 종각 보존위원회를 자기들이 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저 권력의 향배를 쫓는 불나방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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