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 낙마한 김종훈씨의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이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다. ‘민족주의로 좌절된 한국으로의 귀환’(온라인판 제목)라는 기고문에서 한국의 편협한 민족주의가 자신을 내몰았다며 자신의 낙마를 민족주의 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기고문에서 한국의 정계와 관계, 재계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주로 내 국적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장관 내정 후 제기된 국적 논란을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의 편협한 민족주의’로 몰아 부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낙마를 편협한 민족주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김씨가 간과한 것들이 있다.
김씨는 여전히 미국 시민인 상태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한국의 장관이 되려고 했다는 점이다. 김씨가 장관으로 내정된 미래창조과학부는 새로 출범한 한국 정부에서 ICT(정보, 통신, 기술, 과학)정책을 총괄하는 새 정부의 핵심 부서이다.
14살 때 미국에 이민 온 1.5세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한인 시민권자가 태어난 조국을 위해 기여하는 것과 한국의 국익을 지키고 대변해야 할 장관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외국 국적자를 국가의 미래 산업을 책임질 장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다수의 한국인들 뿐 아니라 미국인들도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김씨가 간과한 점은 또 있다. 바로 자신이 취득한 미국 시민권이라는 미국 국적의 무게다.
이중국적 허용 범위가 확대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국적을 변경하는 글로벌 시대라지만 여전히 국적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이민자들이 미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민권 선서’를 하며 새로 국적을 취득하는 미국에 대한 배타적인 충성을 맹세(oath)하게 된다.
귀화 이민자들이 맹세하는 ‘시민권 선서’내용은 미 시민권자가 되는 것이 엄중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시민권 선서의 첫 장에는 “나는 외국의 군주, 주권자, 국가, 독립국 등에 대해 시민으로서의 일체의 충성을 절대적으로 부인하고(renounce) 맹세코 포기하여(abjure)”라는 문장이 있다. 미 시민권을 취득한 후에는 출신국가에 대한 충성을 전적으로 포기한다는 맹세다.
그래서 미국에 대한 사랑은 깊고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축복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는 김씨의 다짐은 미국 시민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당연한 마음 자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미 시민권자 신분의 김씨와 한국의 국익을 지켜야 할 장관 김씨가 양립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 김종훈은 장관이 아니라도 그가 태어난 나라에 헌신할 기회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태어난 나라도 항상 사랑해왔다”는 김씨에게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그가 사랑하는 ‘태어난 조국에 대한 예의“이다. 외국 국적자 신분으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장관이 되고자 했다면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노력했어야 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돌아와 독설을 퍼붓는 것이 조국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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